'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마음가짐이 어떤가에 따라 경제가 더 좋아질 수도,나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내 지갑 속에 돈이 30만원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돈이 30만원이나 남아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씀씀이는 아무래도 헤퍼질 수밖에 없다.


반면 '30만원밖에 안 남았네'라고 느끼는 사람은 돈을 아껴쓰려 할 것이다.
[중산층 소비능력 줄어든다] 소비자들 "지갑에 쓸 돈이 있어야지"
◆소비자 심리를 읽는 지표 CSI


소비자들의 심리가 실제 소비에 미치는 이 같은 영향 때문에 세계 각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소비자 심리 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CSI)'란 것을 작성해 활용해 왔다.


이 지수는 정부에서는 향후 경제정책을 세우는 데,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짜는 데 이용된다.


한국에서는 통계청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등 세 곳에서 CSI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공표한다.


조사방식은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통계청은 도시지역 2000가구를 대상으로 매월 22일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전국 30개 도시 2500명을 대상으로 우편조사 방식으로,삼성경제연구소는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각 기관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수치화해 CSI라는 것을 작성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통계청의 '소비자평가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다.


소비자평가지수는 6개월 전과 비교할 때 현재 경기,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것이고,소비자기대지수는 현재와 비교할 때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 등이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상황이나 생활형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의 CSI도 통계청과 비슷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준치가 50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내년 소비 크게 회복되긴 어려울 듯


이들 기관의 CSI만 놓고 본다면 내년에도 소비가 그다지 활발하게 이뤄질 것 같진 않다.


통계청의 소비자기대지수는 올해 3월과 4월에 잠깐 기준치 100을 넘어섰으나 그 이후 8월까지 94.8까지 추락했다.


9월 이후 소폭 오름세를 보이며 10월에는 97.5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 10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도 올해 1분기 108을 기록한 이래 2분기 102로 낮아졌다가 3분기에는 97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비자태도지수도 올 2분기 53.1까지 올랐으나 4분기에는 46.1로 낮아진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3분기 소비자태도지수를 조사하면서 실시한 부가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41.2%가 내년 소비지출 규모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줄이겠다는 응답도 16.7%에 달해 전체 응답자의 57.9%가 내년 소비지출 수준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반면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응답은 42.1%(조금 증가 39.2%,크게 증가 2.9%)에 그쳤다.


주가 상승으로 소비지출이 늘었느냐는 질문에는 압도적 다수인 88.8%가 변화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소비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조사대상 가구 중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가구 비중이 16.1%로 높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급한 소비진작책을 묻는 질문에는 일자리 창출이란 응답이 34.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일관된 정책시행(20.0%),세금감면(18.5%),정치·사회 안정(17.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에는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각 경기예측기관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를 돌려놓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