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는 주주 돈 모아 자본금 늘리는 것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는 기업들이 '증자'를 한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증자(增資)란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주주)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이자를 내야 하지만,증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상장 기업들이 애용하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증자를 잘만 활용하면 짭짤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서는 '상장사 유·무상 증자일정'을 거의 매일 싣고 있다.


증자에 나선 기업들도 수시로 관련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유상증자는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다음은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나온 공시내용이다.


'A상장사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주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 규모는 200만주로 배정비율은 0.7060이다.


할인율은 20%로 발행가는 5000원이며 기준일은 11월20일,청약일은 12월12~13일,신주 상장예정일은 12월25일이다.'


여기서 유상증자란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A상장사의 경우 주당 5000원을 받고 주식을 나눠주기로 했다.


유상증자의 반대는 무상증자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공짜로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자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주식 수를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할 때 주로 이용된다.


유상증자는 형태도 여러 가지다.


위의 A상장사의 경우 주주 배정 방식을 취했다.


이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 회사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투자자는 증자에 참여할 수가 없다.


증자의 또 다른 형태로는 일반공모 방식과 제3자 배정 방식이 있다.


일반공모 방식은 기존 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며,제3자 배정 방식은 회사가 지정한 특정인(또는 기관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증자하는 것이다.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간혹 기존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자금조달이 용이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은 제3자로 대주주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 등을 내세워 자금을 끌어 들이는데,지난해 초에는 일부 기업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증자대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발행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유상증자에서 증자대금 납입 없이 주식이 발행될 경우 해당 주식은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이 되며,이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할인 발행은 시장가격보다 싸게 발행하는 것


증자 규모도 눈여겨 봐야 한다.


A상장사의 경우 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하는 주식 200만주는 전체 주식 수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상 유상신주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발행된다. 따라서 신주를 받은 주주는 나중에 신주가 상장되면 곧바로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자물량이 많을 경우 그만큼 주가에는 매물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정 비율이 0.7060이라는 것은 기존 주식 10주를 들고 있으면 7주 정도를 나눠준다는 뜻이다.


할인율 20%는 현재의 주가 수준보다 20% 정도 싼 값에 주식을 발행한다는 의미로,기업들은 보통 증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유상 증자의 경우 통상 20~30% 정도 할인율을 적용한다.


기준일은 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시점을 말하는 것으로 A상장사의 경우 증자를 받으려면 11월20일까지 이 회사의 주주명부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


신주 상장예정일도 투자자들로선 눈여겨 봐야 할 요소다.


시가보다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증자한 주식이 상장되면 곧 바로 매물로 나올 수 있어 주가에 부담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주가 영향은 "그때 그때 달라요"


그렇다면 증자는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답은 긍정과 부정 모두 가능하다.


보통 유상증자를 결의하면 주식 수가 그만큼 늘어나 물량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증자가 이뤄지면 회사 자본금이 늘어나 투자여력이 생기거나 빚이 많은 기업의 경우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사용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주주 대상 유상증자는 청약 결과 일부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향후 주가가 신주 발행가격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는 주주들의 경우 굳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처럼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한 신주를 실권주라고 한다.


보통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주 청약이 끝난 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하게 된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