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도구인가.

세계화는 과연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일인가."

APEC을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의 접점에 서 있는 두 가지 주제다.

세계화는 한마디로 '각 국가 경제가 세계경제로 통합되는 것'을 뜻한다.

국가 및 지역 간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이 제거되고 거대한 하나의 시장으로 변모해가는 추세를 말한다.

◆세계화의 '어두운 그늘' 문제 제기

세계화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 의해 주도돼왔던 세계무역질서는 1994년 4월 우루과이 협상 타결을 계기로 WTO 체제로 발전적으로 이행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교역 물품 항목에 농산물과 서비스업,그리고 지식소유권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근로 조건과 환경보호 등의 항목도 국제 규범에 포함됨으로써 국제 교역질서를 보다 광범위하고 일관되게 규제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

문제는 세계화로 나타난 소위 '어두운 그늘' 문제다.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WTO 체제가 국제적인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으며 APEC 역시 WTO의 강력한 지지세력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EC의 핵심 표어인 '개방적 지역주의'는 WTO 체제의 순항과 자유무역 달성을 위한 구호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비판론자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APEC 통상회의를 지목하고 있다.

APEC 통상회의는 비농산물(공산품) 부문의 관세를 대폭 인하함으로써 개도국 농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빈곤 퇴치의 일등공신

그러나 이 같은 반 세계화 움직임은 일부의 낭만적 사회운동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결코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자유무역의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개도국과 후진국 국민을 빈곤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근대화와 경제개발을 이루어내는 가장 중요한 틀이요 길이라는 지적들이다.

또 이를 통해 지구상에 절대빈곤을 없애고 세계적인 부의 재분배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마다 엄청난 인구가 굶어죽어야 했던 중국이 경제개방과 산업개발을 통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까지 올라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화의 성과다.

인도 역시 2,3차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 개혁과 세계 시장으로의 발빠른 편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 지지론자들은 이처럼 세계화야말로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와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부패를 근절하는 사회적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 간 불평등 해소 완충역할 해야

일부에서는 세계화가 냉정한 과학의 발전처럼 인위적으로 저지되거나 억제될 수 없는 흐름이라고도 지적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제임스 부캐넌 교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세계화는 필연적인 조류이기 때문에 거부하거나 방어할 수 없으며 이에 신속히 적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화가 초래하는 충격을 단기적으로는 완화시키려고 시도할 수 있으나 세계화 조류를 거부하거나 방어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경제적 낙후를 면치 못한다는 입장이다.

APEC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국가 간 협조와 공조의 역할을 맡은 정치적 의사결정기구며 국가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완충역할을 하는 주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