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의 국내 생산이 추진된다는 소식으로 2일 관련 제약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씨티씨바이오가 상한가로 장을 마친 것을 비롯 한미약품 동신제약 유한양행 경동제약 삼진제약 등 '타미플루 테마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한국경제신문 2005년 11월3일자)

"베이징 6자회담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북 경협 관련주들이 20일 일제히 날아올랐다. 대북 송전설비 관련 업체와 비료 업체,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의 주가는 단숨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신문 2005년 9월21일자)

현대인은 유행에 민감하다.

TV 드라마에서 인기 탤런트가 입고 나온 옷이 불티나게 팔린다거나 유명 개그맨이 던진 한마디가 유행어가 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주식시장도 유행을 탄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증시에선 이 같은 종목군(群)을 '테마주'라고 부른다.

오늘은 테마주에 대해 알아보자.


◆증시는 '테마 천국'

증시에선 해마다 수많은 테마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올해 증시를 강타했던 것만 해도 위에서 예로 든 'AI 테마'나 '남북경협 테마' 외에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발표된 직후 등장한 '줄기세포 테마',고유가로 인한 '대체 에너지 테마',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도입에 따른 'DMB 테마',정부의 고액권 발행설로 불거진 '화폐개혁 테마'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테마가 워낙 많다보니 일부 증권사는 테마주만 엮어놓은 소책자까지 펴내기도 했다.

물론 이처럼 시류에 편승하는 테마 외에 정기적 또는 수시로 반복되는 테마도 적지 않다.

기업들의 연말 배당을 노린 '고배당 테마',실적 발표 시즌마다 나타나는 '실적 호전 테마'가 대표적이다.

또 기업의 경영권이 바뀌거나 지분 경쟁 가능성이 높을 때마다 인구에 회자되는 '인수·합병(M&A) 테마'도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개인들이 특히 민감

테마,그 중에서도 시류성 테마에 대한 선호도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보다 개인들 사이에서 더 높다.

테마로 묶인 종목들은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실적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테마주는 좀처럼 손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실적이 나쁜 기업이 테마주라는 이유로 급등세를 타면 이를 매도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기업 중에도 자사가 테마주로 엮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곳이 적지 않다.

코스닥기업인 케이디미디어의 신호인 사장은 지난 6월 자사가 'DMB 테마주'와 '화폐개혁 테마주'로 분류되자 "주가가 출렁이면 투자자들은 재미있을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며 "테마주에 끼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테마도 '옥석'가려야

증시 전문가들도 테마만 좇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당수 테마가 짧게는 2~3시간,길어봐야 며칠간 지속되는 '반짝 테마'에 그치기 때문이다.

테마가 사라지면 곧바로 주가가 급락,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주가가 급등한 틈에 해당 회사의 대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대주주의 주식을 개인투자자들이 고가에 사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테마가 주가 조작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황우석 효과'를 악용한 주가 조작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관련자들이 검찰에 고발됐다.

이 소식으로 주식시장에서 줄기세포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 주가 조작의 대상이 된 종목은 2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주가가 578%나 올랐지만 이후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결국 테마주에 접근할 때는 테마가 지속 가능한지,실적 측면에서 믿을 만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