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11월 1일자 A39면 사설


정부가 5년마다 한 번씩 나라살림의 기본인 인구 규모와 분포,사회ㆍ경제적 특성,가구 구성과 주택의 수 및 종류 등을 파악(把握)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가 15일간 일정으로 오늘부터 실시된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응답거부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을 제외하는 대신 세입자의 주택소유 여부,추가계획 자녀 수와 혼인 연월,활동장애 등을 추가해 총 44개 항목을 조사키로 했다. 이번 조사는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현상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주거의 질 등을 분석함으로써 선진 복지사회의 기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통계가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다양한 항목의 조사 결과를 경제와 복지ㆍ노동ㆍ여성ㆍ교육정책 등에 활용하는 인구센서스는 통계 가운데서도 꽃으로 꼽히고 있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저출산과 가족해체 문제가 심각하다''맞벌이 부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나라살림을 설계하는 데 바탕이 되는 이 같은 사회현상들은 모두 통계를 통해 도출된다. 통계는 한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모든 통계가 복잡한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각종 표본조사나 실태조사,행정통계 등은 조사범위가 제한돼 있어 지표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5년마다 한 번씩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를 실시,고용 교육 교통 보건복지 주택정책 등 국가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센서스가 통계 가운데서도 꽃으로 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5일간 일정으로 1일부터 실시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인구센서스에 대해 살펴보자.

◆21세기 첫 인구센서스 실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으로,총 10만7000명이 동원돼 전국의 1579만가구를 대상으로 방문 조사를 벌인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사람과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범국가적인 대규모 조사사업이다.

이번 인구센서스에서는 내.외국인 등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성별,나이,아동보육상태 등 44개 항목을 조사한다.

대규모 전수(全數)조사라는 특성을 감안,전문 지식이 필요하거나 응답거부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는 항목은 배제하고 대신 세입자의 주택소유 여부,추가계획, 자녀 수와 혼인 연월,활동제약(장애) 등을 추가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현상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주거의 질 등을 분석함으로써 선진 복지사회의 기본 토대 마련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IT(정보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e센서스 추진

이번 센서스에서는 면접이 어려운 계층이 조사에서 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인터넷 조사를 실시한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32만가구에 대해 인터넷 조사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도 희망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주택소유 여부 등 주거 환경과 가족 등 인구조사표를 작성할 수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실시간 질의 및 답변을 통해 일관성 있는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웹에 의한 분산입력 방식을 도입,최종 결과를 조기에 공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기반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관리하고 인터넷과 각종 자료를 연계하여 현장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조사 결과의 공표 시기를 종전에 비해 7개월 단축시킨다는 목표다.

◆응답기피 문제 해결이 최대의 과제

인구센서스는 이처럼 조사 규모와 대상이 워낙 방대한 데다 최근의 개인화 현상까지 겹쳐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통계조사는 응답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거나 관심이 없는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응답에 따른 부담으로 틀리게 대답을 하거나,사생활 보호를 위해 아예 응답을 기피해 버리기도 한다.

이런 사정으로 지난 2000년 조사 때는 조사원의 5.1%가 너무 어려워 중도에 활동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통계청은 인터넷 조사기법을 도입하고 080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전화 홍보를 하고 취약지역에 대한 조사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이버 동영상 교육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0%에 이르는 예비조사원을 확보,다양한 조사기법을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개인정보 비밀보호를 위해 신분이 확실한 사람을 조사원으로 임명하며 직무상 알게 된 개인의 비밀 사항을 누설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조사원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 용어풀이

△센서스(Census)=국가가 주관이 돼 일정시점에서 통일된 기준에 따라 조사대상의 총수와 그 개별적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는 전국 규모의 통계조사로 전수조사(全數調査) 또는 총조사로 불린다.

로마시대에 시민의 권리.의무를 확정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한 인구 및 재산의 일제 등록이 그 시초다.

△인구주택총조사(Population and Housing Census)=나라살림의 근본인 인구의 규모,구조,분포,사회·경제적 특성,가구구성과 주택의 수·종류·형태,기본설비 등 주거 실태를 파악한다.

국민이 어떤 주거상황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국가 기본통계 조사.

△인구센서스의 기본 원칙=대한민국 행정권이 미치는 전 영토를 대상으로(Universality),모든 인구 가구 주택에 대해(Individual Enumeration),11월1일 0시를 기준으로 동시에(Simultaneity),5년 주기로 조사(Defined Periodicity)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센서스의 역사=삼국유사 등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호구조사라는 이름으로 실시됐다.

가장 오래된 호구조사는 755년께 작성된 신라장적에 기록돼 있으며 근대적 의미의 조사방법과 체계를 갖춘 최초의 인구총조사는 국세조사(1925년)다.

그 후 5년 주기로 실시되어 이번이 17번째(정부수립 후로는 12번째)다.

주택총조사는 1960년 처음 실시된 후 이번이 9번째다.

(1966년에는 실시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