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31일 임기가 끝나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집무실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시로 백악관을 들락거렸지만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폭발력 있는 경제 사안들을 섬세한 통화정책으로 해결해 금융시장의 마술사,경제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모호한 발언으로 시장에 혼선을 빚기도 했고,2000년대 초 거품붕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린스펀 의장의 위기 극복 능력은 전반적으로 탁월했다.

그는 1987년 취임 직후 맞이한 주가 폭락 사태인 '검은 월요일'을 비롯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공황으로 일컬어지는 저축대부조합(S&L) 파산사태 △1994년 멕시코에서 시작돼 동아시아(97년) 러시아(98년) 아르헨티나(2002년)로 이어진 세계 금융위기 △미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9·11 테러 등 잇따른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그의 재임 기간인 1987~2004년 중 미국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은 3년간 평균치에서 ±1%포인트를 넘기지 않았다.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에너지·식료품 가격 제외)도 평균치에서 ±0.5%포인트 벗어나는 데 그쳤다.

그린스펀은 1994년 2월부터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의사록을 공개해 통화정책의 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