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인천과 부산·진해,광양 등 3곳에만 있는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적으로는 실시하기 어려운 각종 제도와 혜택을 시범적으로 적용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국내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외국 기업을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경제자유구역은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외국인들의 입맛을 당길 만한 유인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고,기껏 내놓은 방안들도 지역 불균형 발전과 상대적인 빈곤감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부딪쳐 힘을 잃은 상태다.

◆외국기업 유치보다는 해외돈 빌려와 경제개발

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을 '해외 차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외국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기보다는 해외에서 돈을 빌려다가 공장을 직접 짓고 물건을 파는 쪽을 선택했다.

외자 유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마산에 '자유무역지역'을 두면서부터였다.

당시 자유무역지역은 수출을 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국내로 끌어들여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을 늘리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국 내수시장에 뛰어들려는 외국 기업은 자유무역지역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제도가 '외국인전용단지'(1994년)였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투자 지역을 지정하는 전용단지 방식은 외국인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었다.

외국인전용단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비난이 확산되자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원하는 지역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바꿔줬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인기를 끌진 못했다.

외국 기업 임직원들이 편하게 이용할 병원이나 학교 등 기반시설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웰컴 투 코리아!'

외국 기업 유치 필요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에서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올 경우 '만기에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따라서 외국 기업을 아예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경제자유구역'이다.

외국인들이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금 감면,자금 지원,학교 등 기반시설 확충 등의 유인책을 담았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인천(송도 영종도 청라 등 3개 지구) 부산·진해(부산 강서구,경남 진해시 등 5개 지구) 광양만(전남 여수 순천 등 5개 지구) 등 세 곳이었다.

정부는 이들 경제자유구역에 2020년까지 총 35조원 이상을 투입,'동북아 허브'의 모습을 갖춰나가겠다는 '종합선물세트'까지 내놓았다.

정부가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심한 데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자칫 '넛 크래커(nut-cracker·호두까기)' 속에 낀 호두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불투명한 경제자유구역의 미래

경제자유구역이 닻을 올린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뚜렷한 성과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복잡한 정부 규제가 첫 걸림돌이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은 토지 관련 규제 하나를 풀려고 해도 중앙정부는 물론 부산시와 경남도의 허락을 각각 받아야 한다.

지나친 평등주의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을 세우려는 계획은 '부자들만 다닐 수 있는 영리병원을 만들면 사회계층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논리에 막혀 주춤거리고 있다.

외국인 학교도 마찬가지다.

관련법은 이미 수개월 전에 통과됐지만 내국인 학생비율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영어 공용화 역시 여전히 논란 중이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