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경제자유구역에 자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자유구역이 특혜를 받았다고 사방에서 야단입니다. 특혜를 받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할텐데 말입니다."

조용경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한국담당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경제특구 개선방안 좌담회에서 이같이 불만을 쏟아놓았다. 경제자유구역법이 다른 일반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야 외자를 수월하게 유치할 수 있는데,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찬밥 신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를 지정한 지 2년여가 지나는 동안 투자양해각서 체결 등 계약은 무성했지만 각종 행정 규제 등으로 인해 실제 외국자금이 들어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외견과 달리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다.

정부와 인천,부산·진해,광양 등 3개 특구청에 따르면 지난 2년여 동안 투자유치 실적(투자계약 투자양해각서 투자의향서 등)은 31건 278억2000만달러(27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특구로 지정된 뒤 실제 투자로 이어진 계약은 9건 31억4900만달러(약 3조5000억원)로 발표된 계약 금액의 11%에 불과하다.

◆투자 유치가 제대로 안 되는 이유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마련한 경제특구에 이처럼 외국인들이 적극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나은 혜택이 없고 규제 수준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5000억원에 달하는 건축투자 사업을 알아 보러 인천을 방문한 싱가포르의 투자자는 "층수와 용적률 배치 등 건축설계부터 사업시행에 이르기까지 특구청의 계획이 너무 까다롭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은 말만 '특구'지 실제로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한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세금 및 인센티브 측면에서 일반 외국인 투자지역보다 더 혜택을 주는 것이 없다.

인·허가 절차도 마찬가지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지만 이 법이 특별법은 아니어서 개별법이 규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교통 환경 건설 건축 항만 물류 등 사업 별로 개별 법을 따라야 하고 각종 개발부담금도 똑같이 내야 한다.

이로 인해 경제특구는 '원스톱 서비스 도시'가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청이라는 또 다른 기관만 추가된 'One More Service의 규제도시'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은 "까다로운 투자 절차와 행정 규제가 찾아오는 외국 기업을 중국 등으로 내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 서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쑤저우의 경우 중앙정부가 부여한 '특수권한'을 활용해 각종 인·허가는 물론 공장설립 환경 노무 회계 상하수도 전력 등 필수 기반시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지원조치에 힘입어 쑤저우는 지난해에만 147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공무원 한 명이 외국기업이 가동될 때까지 모든 인·허가 업무를 대행해 주는 '원맨서비스'로 중국 1위의 투자유치지역으로 부상했다.

◆생활인프라 대폭 확충해야

반면 우리의 경제자유구역은 재정 부족 등으로 인해 생활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구 내 도로 등 기반시설비의 50%를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지원비율은 5∼15%에 그친다.

이나마 제때 자금이 집행되지 않아 부산·진해특구의 경우 특구 내 간선도로와 연결도로를 올해 안에 만들어야 하는데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허브 전략 차원에서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경제특구 개발이 지자체사업으로 전락했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김인완·부산=김태현·광주=최성국 한국경제신문 지역주재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