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파란(paran.com)'에서는 특별한 장치 없이 한글과 일본어로 동시 번역되는 한·일 채팅을 제공하고 있다.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맞이했고 한류 열풍이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가운데,과연 한·일 채팅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파란'을 찾았다.

하지만 기자를 맞은 것은 채팅방 그룹명 옆에 놓인 냉랭한 '0'뿐이었다.

한·일에 대한 화기애애한 대화는 아니더라도 독도 문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이 있을 법했지만,개설된 채팅방은 서너 개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연유로 한·일 채팅방이 이토록 냉랭하게 된 것일까?

그 원인의 하나로 인터넷 예절 문제를 들 수 있다.

독도 문제가 한·일 양국의 화두로 떠올랐을 때,한 인터넷 게시판에 "일본인과 채팅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가서 실컷 다굴(집단 공격)합시다"라는 게시글이 올랐다.

그리고 삽시간에 한·일 채팅방은 반일 감정에 치우쳐 일본인 이용자를 비방하고 욕하는 한국인 이용자들로 가득찼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한 언어 폭력이 횡행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말 한마디가 국가의 얼굴이 되는 '한·일 채팅'에서 예절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번역상의 문제다.

채팅에서는 구어체가 자주 사용되는데,단어 중심으로 번역되는 번역기의 특성 때문에 의사소통 중에 오해를 빚는 경우가 빈번하다.

용산고등학교 구본한 학생(고3)은 "번역기를 거치면서 건조하고 딱딱한 어투로 바뀌어서 마음 속의 느낌대로 표현해 주지 못해요.

그래서 자칫 오해하기 쉽죠"라고 말했다.

교류를 위한 채팅인 만큼 번역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일 채팅을 이용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일본인에 비해 높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대화보다는 한국인 이용자들이 경쟁적으로 일본인 이용자에게 질문을 건네는 식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보아가 일본에서 유명합니까라는 질문에 질렸다"고 불평하는 일본인 이용자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외교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통한 한류,일본 애니메이션 교류 등 문화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일 교류를 위한 채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것들이 개선됐으면 한다.

오지혜 생글 기자(서울 오류고 2년) jiheay3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