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는 한 국가의 내부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와 국가 간 빈부격차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세계화 시대에서 국가 간 빈부격차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심화시킨다.


국가 간 빈부격차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나라 안의 상황과 비슷하다.' 전반적인 소득 수준 개선에 따라 굶어죽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는 크게 줄었으나 부자들의 소득 수준이 큰 폭으로 뛰면서 빈부격차는 더 확대됐다.
[빈부격차 왜 벌어지지?] 세계인구 13%가 소득 45% 가져가
◆전세계 인구 13%가 전세계 소득 45% 차지


세계은행은 2001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국가들을 세 그룹으로 분류한 적이 있다.


제1그룹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같은 선진국들이다.


이들은 세계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구 전체 소득의 45%를 가져간다.


제2그룹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인구의 42%를 차지하면서도 전체 소득의 9%밖에 갖지 못한 빈국들이다.


나머지는 중간 그룹이다.


2004년 유엔이 나라마다 물가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 각 그룹의 경제력을 비교한 결과 상위그룹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2만4806달러(2600만원),중간 그룹은 4269달러,하위 그룹은 1184달러였다.


선진국에 사는 국민이 후진국 국민보다 평균 20배 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표현하는 말이 남북 격차(North-South Divide)다.


위의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은 서유럽,북미,동아시아 같은 북반구에 몰려있고 후진국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같은 남반구에 집중돼 있다.


남북 격차가 생기고 계속 벌어지는 데에는 '선진국일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빈곤층 숫자는 계속 줄었다


세계은행의 정의에 따르면 하루 생계비가 1달러 미만인 사람들은 극빈층,2달러 미만이면 빈곤층이다.


2001년 기준으로 11억명,세계인구의 21%가 극빈층에 속한다.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은 하루 끼니조차 때우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극빈층의 숫자는 지난 20년동안 획기적으로 줄었다.


20년 전만 해도 극빈층의 숫자는 15억명,이들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만 예로 들어도 한국인의 1인당 GDP는 2000달러 안팎에서 지난해 1만4118달러로 20년 만에 6배이상 뛰었다.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일궈내면 빈곤층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 간 빈부격차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과 분배는 인류가 경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줄곧 고민해온 딜레마다.


분배를 강조하다 보면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성장에만 몰두하다 보면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돼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다.


세계은행은 빈부격차를 방치할 경우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들과 똑같은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인재 발굴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국제사회는 부자 나라들의 지속적인 원조를 통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도 교육과 의료 등 경제 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 7개국(G7)이 2003년 가난한 나라에 지원한 돈은 499억달러였다.


이들 선진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는 액수다.


경제력 대비 국제원조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로 이 나라는 국민총소득(GNI) 중 1%에 가까운 20억달러를 내놨다.


유엔 191개 회원국은 2000년에 새천년을 맞아 2015년까지 지구촌 빈곤층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자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은행은 세계개발보고서에서 "이대로가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