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같은 복지 선진국들도 연금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방향은 우리와 같다.
'더 내고 덜 받는' 쪽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 국가들은 보험료를 조금 걷고 연금은 후하게 나눠주는 인심을 썼다.
그러나 유럽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존 시스템을 더이상 지속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에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출산율도 떨어졌다.
부양받아야 할 노인 수가 급증해 정부재정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연금제도가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이다.
각국이 적잖은 사회적 갈등을 무릅쓰고 연금제도의 대수술에 앞다퉈 나서게 된 이유다.
◆스웨덴,14년 만에 연금개혁
복지 국가의 전형으로 인정받는 스웨덴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존의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제도를 고쳐야만 했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14년에 걸쳐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파가 참여해 연금개혁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결국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상응하는 연금액만 지급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인이 부담한 보험료에 경제성장률(GDP)만큼의 이자율만 얹어주기로 한 것이다.
스웨덴의 이 같은 '초당적 연금개혁'은 세계 연금개혁의 모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90년대 초 집권당이 총선에서 참패해 정권이 붕괴되는 진통을 겪는 등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라인강의 기적'도 예외가 아니다
1950년대 눈부신 성장을 이룬 독일도 연금법을 개정해야 했다.
1998년 노조의 지지를 발판 삼아 정권을 잡은 슈뢰더 사회당 정부마저 '관대한 연금법'을 지킬 수는 없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고 통일비용 부담마저 급증했다.
저성장·고실업이 맞물린 '독일병'으로 인해 기업들은 인근 유럽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사회보장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고비용'을 피해 수많은 기업들이 독일을 떠나는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독일의 국가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슈뢰더 정부는 지지기반인 근로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감내하며 연금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간의 진통 끝에 독일정부는 2003년 보험료는 높이고 노령연금액을 줄이는 연금법 개정안을 간신히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프랑스,연금개혁 한번 더 시행해야
프랑스에서 1987년 연금 재정이 거덜날 수 있다는 문제가 광범위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이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라크 정부는 표를 깎아먹을 것이 분명한 연금개혁을 뒤로 미뤘다.
88년 집권한 미테랑 정부는 89년과 91년,92년에 연거푸 연금개혁안을 마련했으나 노조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국회에서도 번번히 거부당했다.
연금가입자들의 격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프랑스는 지속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한 결과 2003년 라파랭 내각에 들어서면서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맞물린 재정 불안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버티다가 EU통화권에서 축출되기도
정부의 정책 결정에 노조 입김이 센 이탈리아는 연금개혁을 미루다가 위기를 맞았다.
1919년 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재정이 악화되는데도 한번도 제도를 고치지 않았다.
1970년대부터 연금의 재정문제가 불거졌으나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로 1980년대 중반에 가서야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재정은 이미 매우 나빠진 상태였다.
취약한 정부재정을 간파한 외환투기세력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1992년 외환위기에 빠졌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 통화권에서 축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U는 이탈리아의 통화권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연금 개혁을 내걸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1992년과 95년,97년 세 차례에 걸쳐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잇따른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2003년 연금 적자는 연간 40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5.7%가 연금 지출로 나갔다.
지난해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연금지출을 GDP의 13%로 억제하라는 EU의 권고에 따라 다시 연금제도 개혁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
독일 프랑스 스웨덴 같은 복지 선진국들도 연금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방향은 우리와 같다.
'더 내고 덜 받는' 쪽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 국가들은 보험료를 조금 걷고 연금은 후하게 나눠주는 인심을 썼다.
그러나 유럽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존 시스템을 더이상 지속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에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출산율도 떨어졌다.
부양받아야 할 노인 수가 급증해 정부재정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연금제도가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이다.
각국이 적잖은 사회적 갈등을 무릅쓰고 연금제도의 대수술에 앞다퉈 나서게 된 이유다.
◆스웨덴,14년 만에 연금개혁
복지 국가의 전형으로 인정받는 스웨덴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존의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제도를 고쳐야만 했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14년에 걸쳐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파가 참여해 연금개혁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결국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상응하는 연금액만 지급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인이 부담한 보험료에 경제성장률(GDP)만큼의 이자율만 얹어주기로 한 것이다.
스웨덴의 이 같은 '초당적 연금개혁'은 세계 연금개혁의 모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90년대 초 집권당이 총선에서 참패해 정권이 붕괴되는 진통을 겪는 등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라인강의 기적'도 예외가 아니다
1950년대 눈부신 성장을 이룬 독일도 연금법을 개정해야 했다.
1998년 노조의 지지를 발판 삼아 정권을 잡은 슈뢰더 사회당 정부마저 '관대한 연금법'을 지킬 수는 없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고 통일비용 부담마저 급증했다.
저성장·고실업이 맞물린 '독일병'으로 인해 기업들은 인근 유럽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사회보장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고비용'을 피해 수많은 기업들이 독일을 떠나는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독일의 국가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슈뢰더 정부는 지지기반인 근로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감내하며 연금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간의 진통 끝에 독일정부는 2003년 보험료는 높이고 노령연금액을 줄이는 연금법 개정안을 간신히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프랑스,연금개혁 한번 더 시행해야
프랑스에서 1987년 연금 재정이 거덜날 수 있다는 문제가 광범위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이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라크 정부는 표를 깎아먹을 것이 분명한 연금개혁을 뒤로 미뤘다.
88년 집권한 미테랑 정부는 89년과 91년,92년에 연거푸 연금개혁안을 마련했으나 노조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국회에서도 번번히 거부당했다.
연금가입자들의 격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프랑스는 지속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한 결과 2003년 라파랭 내각에 들어서면서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맞물린 재정 불안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버티다가 EU통화권에서 축출되기도
정부의 정책 결정에 노조 입김이 센 이탈리아는 연금개혁을 미루다가 위기를 맞았다.
1919년 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재정이 악화되는데도 한번도 제도를 고치지 않았다.
1970년대부터 연금의 재정문제가 불거졌으나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로 1980년대 중반에 가서야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재정은 이미 매우 나빠진 상태였다.
취약한 정부재정을 간파한 외환투기세력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1992년 외환위기에 빠졌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 통화권에서 축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U는 이탈리아의 통화권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연금 개혁을 내걸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1992년과 95년,97년 세 차례에 걸쳐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잇따른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2003년 연금 적자는 연간 40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5.7%가 연금 지출로 나갔다.
지난해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연금지출을 GDP의 13%로 억제하라는 EU의 권고에 따라 다시 연금제도 개혁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