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03년부터 3년째 국회를 맴돌고 있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국민 부담을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방안을 통과시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머지 않아 '바닥'
국민연금은 현재 150조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연금구조를 유지할 경우 2036년에 적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2047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후세대는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젊은층이 보험료 내기를 거부할 공산이 크고,연금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줄 지지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는 초조하다.
2005년 8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1689만8602명이다.
연금을 타는 사람은 약 168만명이다.
2008년께는 그 수가 300만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금을 타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연금액을 깎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내후년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의 부담은 더 커진다.
연금을 하루빨리 개혁해 재정안정을 확보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잘못된 연금구조가 문제
오늘날 국민연금이 '국가적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된 데에는 '태생적 기형성'이 크게 작용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이른바 3저(低)(저유가ㆍ저금리ㆍ저원화 가치)가 맞물린 호경기 속에 정부가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던 시절에 탄생했다.
출범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을 '환상의 노후보장책'으로 홍보했다.
매달 월급의 3%만 내면 은퇴 후 70%를 연금으로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했다.
국가가 나서서 높은 이자를 주는 계를 주선하는 격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몇가지 중요한 계약내용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여건이 바뀌면 보험료를 연거푸 올릴 수 있고,주는 돈을 깎아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아들 딸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 이상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당대의 일'이 아니라는 속내였을 테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따로 없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폭탄
하지만 정부는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와 맞닥뜨리게 됐다.
국민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 골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낳지 않아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국민들은 날로 건강해져 80대 장수가 예삿일이 됐다.
돈 낼 사람은 점점 줄고,돈 타갈 사람은 급증하는 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연금 재정은 당초 계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게 불가피해졌다.
1998년 한차례의 '개혁'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을 줄이려 했으나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내는 돈은 그대로 둔 채 받는 돈만 줄이는 타협안'을 통과시켰다.
연금 고갈을 15년 정도 미루는 조치였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04년 출산율(성인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수인 합계출산율 기준)은 1.16명.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졌다.
그 결과 2050년께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7.3%에 이르게 된다.
지금은 7.9명의 젊은이들이 세금이나 보험료를 모아 노인 한 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50년엔 1.6명이 노인 한명에 지출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다 뚝 떨어진 금리는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한자리 숫자로 떨어뜨렸고,장기간의 경기침체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징수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20년이 못 돼 두번째 수술이 필요하게 됐다.
연금이라곤 구경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돈은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으라니 국민들은 '정부를 못 믿겠다'며 아우성을 치기에 이르렀다.
선대 정부의 '선심'이 후대의 어깨를 벌써부터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럽더라도 연금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사회복지전문가들의 견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국민연금은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국민 부담을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방안을 통과시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머지 않아 '바닥'
국민연금은 현재 150조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연금구조를 유지할 경우 2036년에 적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2047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후세대는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젊은층이 보험료 내기를 거부할 공산이 크고,연금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줄 지지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는 초조하다.
2005년 8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1689만8602명이다.
연금을 타는 사람은 약 168만명이다.
2008년께는 그 수가 300만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금을 타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연금액을 깎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내후년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의 부담은 더 커진다.
연금을 하루빨리 개혁해 재정안정을 확보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잘못된 연금구조가 문제
오늘날 국민연금이 '국가적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된 데에는 '태생적 기형성'이 크게 작용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이른바 3저(低)(저유가ㆍ저금리ㆍ저원화 가치)가 맞물린 호경기 속에 정부가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던 시절에 탄생했다.
출범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을 '환상의 노후보장책'으로 홍보했다.
매달 월급의 3%만 내면 은퇴 후 70%를 연금으로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했다.
국가가 나서서 높은 이자를 주는 계를 주선하는 격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몇가지 중요한 계약내용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여건이 바뀌면 보험료를 연거푸 올릴 수 있고,주는 돈을 깎아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아들 딸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 이상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당대의 일'이 아니라는 속내였을 테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따로 없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폭탄
하지만 정부는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와 맞닥뜨리게 됐다.
국민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 골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낳지 않아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국민들은 날로 건강해져 80대 장수가 예삿일이 됐다.
돈 낼 사람은 점점 줄고,돈 타갈 사람은 급증하는 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연금 재정은 당초 계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게 불가피해졌다.
1998년 한차례의 '개혁'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을 줄이려 했으나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내는 돈은 그대로 둔 채 받는 돈만 줄이는 타협안'을 통과시켰다.
연금 고갈을 15년 정도 미루는 조치였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04년 출산율(성인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수인 합계출산율 기준)은 1.16명.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졌다.
그 결과 2050년께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7.3%에 이르게 된다.
지금은 7.9명의 젊은이들이 세금이나 보험료를 모아 노인 한 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50년엔 1.6명이 노인 한명에 지출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다 뚝 떨어진 금리는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한자리 숫자로 떨어뜨렸고,장기간의 경기침체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징수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20년이 못 돼 두번째 수술이 필요하게 됐다.
연금이라곤 구경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돈은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으라니 국민들은 '정부를 못 믿겠다'며 아우성을 치기에 이르렀다.
선대 정부의 '선심'이 후대의 어깨를 벌써부터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럽더라도 연금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사회복지전문가들의 견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국민연금은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