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리는 김윤규 문제가 제기되자 현대측에 신중을 기할 것을 거듭 勸告하였으며 그들이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 올바르게 처신할 것을 기대했다.
…(중략)…이제는 현대가 본래의 실체도 없고 신의도 다 깨져버린 조건에서 우리는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 20일 발표한 談話 내용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절반 규모로 축소된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터져나온 북측의 담화는 현대는 물론 국민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북한은 이미 개성관광을 롯데관광에 공식 제안한데 이어 백두산 시범관광을 한국관광공사와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현대를 '왕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2=현정은 회장은 이에 앞선 지난 10일 현대아산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얼마 전 우리는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의 오랜 친구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형제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忍耐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3=현대의 對北사업에 이상 조짐이 나타난 시기는 지난 8월 중순이었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고,그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자 북측은 금강산 관광객을 하루 1000명 선에서 600명으로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현정은 회장이 김 전 부회장과 함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개성과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지 한 달 만에 상황이 突變한 것이다.
북측은 이어 개성관광 사업을 다른 기업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현대를 압박했다.
북측 요구는 "김 전 부회장을 복귀시키라"는 것.
◆북한,남한 기업에 '감놔라 배놔라'?
북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김 전 부회장에 대한 '신의'와 '의리'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名分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측 기업 간 경쟁을 부추겨 실리를 챙겨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북측의 요구가 남측 기업의 경영과 인사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현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북사업에 나설 수 있는 남측 기업들에도 중대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김 전 부회장 문제는 전적으로 기업 내부의 문제다.
더욱이 북한으로부터 비난받을 만한 사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으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려는 북측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북측은 최근 담화에서 지난 2000년 5억달러를 지불하고 현대가 얻어낸 7대 사업 독점권마저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7대 사업이란 △남북철도연결 △통신사업 △전력 이용 △통천 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의 물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을 말한다.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그들이 겉으로 강조해온 '신의'와 '의리'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측 입맛대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시작된 현대의 대북사업은 한반도 긴장 緩和에 상당히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금강산 누적 관광객은 지난 6월 100만명을 돌파했고,개성공단에서 생산된 한국 중소기업들의 제품은 국내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사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나라 돈을 퍼붓는 식으로 대북사업을 끌고갈 것이냐는 원론적인 문제에서부터 이제는 대북사업도 경제논리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가고 있다.
입산료라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북측에 퍼주고 있지만 이 돈이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불투명하다.
금강산 주변의 북한 주민이 관광지구 안에서 취업하는 것도 사실상 불허되어 있는 상황이다.
종업원 대부분이 중국 동포들이라면 금강산 관광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말이다.
금강산을 찾은 남측의 관광객들에게 얄팍한 통일 감상주의를 傳播할 뿐이라면 이는 진정한 화해 협력과도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현대의 내부 인사에까지 무리한 壓力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대로서는 북측에 도움을 주고 뺨을 맞는 꼴이 되고만 셈이다.
북측의 무리한 요구를 두둔하는 듯한 우리정부의 어정쩡한 대응 태도는 더욱 곤란하다.
◆"과거 방식 답습하지 말아야"
북한이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에서 현대와 북한 간 갈등이 제대로 풀릴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현정은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만남이 葛藤을 수습하는 계기가 될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현대측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북측이 지난 25일 현대아산의 대화 제의를 전격 수용함에 따라 현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만남에서 갈등이 수습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은 기업 내부의 인사에 干涉하려는 시도를 버리고 한국 기업의 실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류시훈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ada@hankyung.com
…(중략)…이제는 현대가 본래의 실체도 없고 신의도 다 깨져버린 조건에서 우리는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 20일 발표한 談話 내용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절반 규모로 축소된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터져나온 북측의 담화는 현대는 물론 국민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북한은 이미 개성관광을 롯데관광에 공식 제안한데 이어 백두산 시범관광을 한국관광공사와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현대를 '왕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2=현정은 회장은 이에 앞선 지난 10일 현대아산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얼마 전 우리는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의 오랜 친구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형제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忍耐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3=현대의 對北사업에 이상 조짐이 나타난 시기는 지난 8월 중순이었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고,그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자 북측은 금강산 관광객을 하루 1000명 선에서 600명으로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현정은 회장이 김 전 부회장과 함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개성과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지 한 달 만에 상황이 突變한 것이다.
북측은 이어 개성관광 사업을 다른 기업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현대를 압박했다.
북측 요구는 "김 전 부회장을 복귀시키라"는 것.
◆북한,남한 기업에 '감놔라 배놔라'?
북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김 전 부회장에 대한 '신의'와 '의리'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名分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측 기업 간 경쟁을 부추겨 실리를 챙겨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북측의 요구가 남측 기업의 경영과 인사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현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북사업에 나설 수 있는 남측 기업들에도 중대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김 전 부회장 문제는 전적으로 기업 내부의 문제다.
더욱이 북한으로부터 비난받을 만한 사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으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려는 북측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북측은 최근 담화에서 지난 2000년 5억달러를 지불하고 현대가 얻어낸 7대 사업 독점권마저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7대 사업이란 △남북철도연결 △통신사업 △전력 이용 △통천 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의 물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을 말한다.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그들이 겉으로 강조해온 '신의'와 '의리'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측 입맛대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시작된 현대의 대북사업은 한반도 긴장 緩和에 상당히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금강산 누적 관광객은 지난 6월 100만명을 돌파했고,개성공단에서 생산된 한국 중소기업들의 제품은 국내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사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나라 돈을 퍼붓는 식으로 대북사업을 끌고갈 것이냐는 원론적인 문제에서부터 이제는 대북사업도 경제논리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가고 있다.
입산료라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북측에 퍼주고 있지만 이 돈이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불투명하다.
금강산 주변의 북한 주민이 관광지구 안에서 취업하는 것도 사실상 불허되어 있는 상황이다.
종업원 대부분이 중국 동포들이라면 금강산 관광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말이다.
금강산을 찾은 남측의 관광객들에게 얄팍한 통일 감상주의를 傳播할 뿐이라면 이는 진정한 화해 협력과도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현대의 내부 인사에까지 무리한 壓力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대로서는 북측에 도움을 주고 뺨을 맞는 꼴이 되고만 셈이다.
북측의 무리한 요구를 두둔하는 듯한 우리정부의 어정쩡한 대응 태도는 더욱 곤란하다.
◆"과거 방식 답습하지 말아야"
북한이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에서 현대와 북한 간 갈등이 제대로 풀릴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현정은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만남이 葛藤을 수습하는 계기가 될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현대측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북측이 지난 25일 현대아산의 대화 제의를 전격 수용함에 따라 현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만남에서 갈등이 수습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은 기업 내부의 인사에 干涉하려는 시도를 버리고 한국 기업의 실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류시훈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