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정보통신기업 노키아 이끄는 '요르마 올릴라'

요르마 올릴라 노키아 회장(54)은 세계 경영계에서 신화적 인물로 통한다.


1992년 취임 당시 기업가치 1억5000만유로(약 1892억원)에 불과했던 노키아를 13년 만에 기업가치 576억유로(7조2633억원)의 초우량기업으로 키워냈다.


펄프 고무 TV 등 전통산업 위주의 노키아를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 정보통신회사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41세의 나이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는 △선택과 집중 전략 △유연한 조직·기업문화 △현장중심,스피드경영 등으로 세계 경영계의 새로운 화두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민족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북유럽의 강국 스웨덴과 러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도 핀란드인의 자긍심을 잃지 않았다.


올릴라 회장도 그런 핀란드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 박사에 헬싱키기술대 공학 석사,런던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보유한 '팔방미인'이다.


1978년 미국 씨티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기업회계분석가로 일하다 85년 노키아로 자리를 옮겼다.


혹자는 미국 월가에서 금융전문가 길을 걸으면 더 좋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데 왜 핀란드로 돌아갔느냐고 묻기도 한다.


올릴라 회장은 이에 대해 짧으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핀란드인은 다시 핀란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노키아의 역사는 1865년 한 광산기사가 노키아 강변의 작은 마을에 설립한 목재 펄프공장에서 시작된다. 100여년 동안 펄프 종이 고무를 생산하던 노키아는 1980년대 들어 산업구조변화에 맞춰 TV 소형컴퓨터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80년대 말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죄책감을 느낀 카리 카이라모 사장이 88년 자살하는 참사까지 빚어졌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등장한 인물이 올릴라다.


회사 내 서열 10위,41세의 올릴라를 선택할 만큼 회사는 그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했던 것이다.


당시 올릴라 사장은 회사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는 통신산업이 21세기를 선도할 것으로 확신했다.


취임일성으로 "통신 분야에 운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그는 업계 1위가 아니거나 1위가 될 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했다.


고무 제지 펄프 타이어 등 기존 생산라인은 과감히 털어버리고 휴대폰과 정보통신 인프라 사업에 주력했다.


그의 첫 작품은 94년 '노키아 2110' 휴대폰이다.


검정색 일색이었던 당시 휴대폰시장에 '노키아 2110모델'은 빨강 노랑 파랑 등 컬러 색상에 다양한 기능을 넣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키아는 대대적 광고를 통해 '갖고 싶고 휴대하기 편한 전화'라는 이미지를 심어갔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파격모델 '노키아 2110'을 '1994년 최고 신제품'으로 선정했다.


이동전화 시장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23억달러의 이익을 올리며 순항하기 시작한 노키아는 '2110 모델'을 계기로 세계적 이동통신회사로 부상했다. 성장 탄력이 붙은 노키아는 99년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에 올랐다.


올릴라 회장의 성공스토리에는 앞서 지적한 △선택과 집중 △현장중심,스피드경영 △신속,과감한 의사결정 등 많은 요인들이 나온다.


이 중 '노키아웨이'(Nokia Way)란 특유의 기업문화가 노키아 성공의 원동력으로 자주 소개된다.


올릴라 회장은 노키아 로고 아래쪽에 들어가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Connecting People)이란 광고카피처럼 직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헬싱키의 8층짜리 본사도 온통 유리만 눈에 들어오는 건물로 디자인했다.


직원 간의 장벽을 없애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올릴라는 직원이 실수를 해도 다음에 잘 하라고 한다.


통신업종은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계속 개발하도록 독려한다.


독일 루르의 휴대전화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원래 석탄을 캐는 광부였다.


리치필드 부사장은 "우리는 채용할 땐 엄격하지만 일단 채용하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사람을 키운다"고 말한다.


사업 구조조정을 할 때 다른 직종으로 전환 배치하면 되기 때문에 직원을 자를 필요성이 줄어들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도 높아져 노동생산성이 어느 기업보다 높다.


올릴라 회장의 연봉은 35만달러 수준이다.


55%에 달하는 고율의 세금을 떼고 나면 미국 회사의 고급 간부 수준밖에 안 된다.


오래된 사브 자동차를 손수 운전하며 휴가 때면 헬싱키 근교 작은 통나무집에서 지낸다.


이런 소박한 리더의 모습이 그의 경영능력과 결합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