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심층수] 도대체 무슨 물이 석유값의 10배야?

수입 양주 가격과 맞먹는 '생수'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가장 비싼 물의 가격은 250㎖ 한 병이 5000원 선에 거래되는 '마린워터' 등 일본산 생수다. 일반생수 가격이 500㎖에 600원 선임을 감안하면 17배가량 차이가 난다. 최근 들어 가격이 급등한 휘발유(1ℓ에 1500원 선)도 이 고급 생수와 견주어 보면 10분의 1 이하 가격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물들은 '해양 심층수'로 만든 것이다.해양 심층수로 만든 생수는 햇빛이 들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심해에서 해수를 채취한 뒤 담수화 작업을 거친다.미네랄이 풍부하고 유기물이나 병원균 등이 거의 없다.오늘은 '석유보다 비싼 바닷속 지하수'로 불리는 해양 심층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석유보다 비싼 황금의 물'로 알려진 해양심층수가 차세대 한국 산업을 이끌 새로운 천연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수심이 깊고 움직임이 적은 '안정된 바다'에 있는 물이다. 한국에서는 동해가 이 같은 해양심층수의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독도 주변 해역에 해양심층수 부존량이 많아 독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 때마다 해양심층수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전 세계가 해양 심층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채취 과정에서 환경의 오염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부존량이 무한정이고,활용 방식에 따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깊은 바다에 수도관만 연결시키면 생산 시설이 갖춰질 정도로 채취 비용이 저렴하다.



◆해양심층수의 '고향'은 극지방


해양심층수는 극(極)지방의 빙하에서 나온다. 미네랄이 풍부한 빙하가 바닷물과 만나 녹는 과정에서 염분을 흡수하며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데,차갑고 무거운 이 물은 바다 속 200~4000m까지 내려간다. 이 물의 온도는 2도에서 6도 사이를 유지하는데,표층수 온도와는 약 20도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두 물이 섞이지 않고 새로운 띠를 형성하게 된다.


이 물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온다. 지구를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아주 오랫동안 숙성된 물인 셈이다.


심층수의 수온이나 염분은 3대양이 비슷하지만 염분은 대서양이 가장 많고 태평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심층수의 유동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은데,이는 현대 해양학의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양심층수가 취수된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께 프랑스의 과학자가 쿠바에서 실시한 해양 온도차 발전 실험에서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 자원으로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81년 미국 하와이에서였다. 1989년에는 일본이 최초의 해양 심층수 연구소를 건설해 수산,의학 분야에 적용 여부를 연구해왔다.


◆유기물은 없고 무기질 농도는 짙다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곳에 있다. 태양광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유기물이 해양심층수에는 거의 없다. 대신 무기물의 농도는 짙다. 해양 심층수에 녹아있는 무기물은 마그네슘이다. 육상에서 채취한 광천수가 칼슘 위주인 것과 대조적이다.


칼슘은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하면 보충할 수 있지만 마그네슘은 매우 보충하기 어려운 성분이다. 가공식품을 만들 때 사용하기 좋다. 일본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물은 아토피성 피부염 등 피부질환에도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


수돗물은 하천이나 댐 등에서 얻은 것이어서 대부분 생활오수 등과 섞인다. 살균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심층수는 살균을 하지 않아도 그대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잠수조사선 알빈호가 심층수가 고여있는 해저 1540m까지 침몰했다가 거의 1년 뒤 인양된 적이 있는데,알빈호 안에는 승무원이 먹다남은 식품이 전혀 썩지 않고 그대로인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그만큼 심층수가 깨끗하다는 얘기다. 어패류의 양식 등에 해양심층수를 사용하면 이 같은 청정성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물고기 알이나 어린 고기는 병에 약해 물이 더러우면 금새 죽어버리지만 심층수를 사용하면 이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 관계자는 "한국 일본 등 주요국가들이 해양심층수에 포함된 무기염류를 활용해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 연구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해양심층수의 효용이 적지 않아 연구의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