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월18일자 A2면

국민 한 사람이 납부해야 할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등 국민부담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 1인당 국민부담금은 465만원으로 올해 426만원 보다 9.2%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1인당 조세부담액은 내년에 356만원으로 올해 331만원에 비해 7.6% 증가할 예상이다.

관계자는 "사회복지 재정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국민부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추세는 급속한 고령화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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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우리나라 1인당 국민부담금은 465만원,1인당 조세부담액은 356만원이란 통계가 발표됐다.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추계한 내년 국내총생산(GDP) 876조9000억원과 인구 4849만7000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따라서 전체 국민부담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민부담률은 25.7%,GDP에서 차지하는 조세부담 비율인 조세부담률은 19.7%가 된다.

이 비율은 선진국일수록 높아지는 게 대체적인 추세다.

선진국이 될수록 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점점 높아지며,또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원 조달이 대부분 국민의 조세(준조세 포함)에 의해 충당되는 탓이다.

하지만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는 만큼 적정한 부담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언제나 논란거리가 된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 국민부담률과 조세부담률의 적정 범위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국민부담률 증가속도 너무 빠르다?

2000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부담금은 290만원이었다.

이것이 내년에는 465만원이 된다.

이 중 세금이 356만원,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이 109만원이다.

6년 만에 60%,연평균으로는 약 10%씩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연간 10%의 증가율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편이다.

국민부담금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목적세를 만들어 2009년까지 7조원을 새로 거둬들일 예정이고,세수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현재 9%인 국민연금 부담률을 15.9%로 인상하는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이 밖에 갖가지 명분의 국민 부담을 늘리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 중이다.

물론 국민부담금은 국민을 위해 쓰는 돈이므로 필요한 만큼은 거둬야 한다.

그러나 부담을 져야 하는 사람의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제가 달라진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내년에 한 가정이 국민부담금으로 내야 할 돈이 1860만원에 달하니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당장 살림살이가 궁색해지고,소비를 위축시켜 경제회복을 가로막게 된다.

게다가 소득 증가는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상반기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고작 0.2%에 머물렀을 정도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 부담만 증가할 경우 이는 부유층보다 돈 없는 서민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국민부담률 적정수준은 어느 선인가?

국민부담률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세금을 깎아야 한다는 게 야당인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다며 사회복지 재정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25.7%)은 OECD 회원국의 평균 국민부담률(40% 안팎)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평가하기 어렵다.

국민소득 수준이 크게 차이나고 고령화 정도나 국민교육 수준이 서로 상이한 나라들의 재정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오류다.

실제로 OECD국가,특히 유럽의 복지 국가들은 사회주의 성격이 강한 정부 형태를 택하고 있어 사회보장 부담률이 매우 높다.

복지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데도 국민부담률만 놓고 따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래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국가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올해 국가채무는 GDP 대비 31.9%인 248조원,1인당으로 따지만 500만원을 넘었다.

2002년 279만원보다 무려 82% 증가했고,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국가채무관리 전문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장기적인 정책방향은?

복지수준을 향상시키고 경제성장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국민부담금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가정살림도 그렇듯 나라 살림도 빚이 많아지고,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불요불급한 지출 최소화 등 건전재정 유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KDI조차 지금은 정부가 재정긴축에 나설 때라고 권고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 국민부담만 늘리면 심각한 조세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세출구조조정과 함께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를 축소해가면서 과세자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국민부담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국민부담률을 어느 선에서 안정시킬 것인지 국민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가령 30% 선에서 더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정치적 공약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되는 장점이 있다.

육동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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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조세부담률(租稅負擔率)=한 나라의 국민총생산 또는 국민소득에 대해 조세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쉽게 말하면 국민들이 1년 동안 번 소득 중에서 얼마 만큼을 세금으로 내느냐를 뜻한다.

국세와 지방세를 더한 액수를 해당 연도 경상GDP(국내총생산)로 나누어 구한다.

한 나라 재정의 상대적 규모를 제시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데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사회보장 부담금 등의 이유로 비율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60년대 초 8~10% 수준에 머물다 70년대 이후 부가가치세 도입 등으로 증가, 2000년부터 20%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부담률(國民負擔率)=국민부담률은 국민부담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국민부담금은 국민들이 한 해 동안 낸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장기여금(의료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공무원연금 보험료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부담률의 합계로 국민소득에 대한 세금의 경중을 나타내는 조세부담률과 의료보험이나 연금의 보험료 등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것이다.

국민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준조세를 포함한 세부담이 무겁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