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기업 간 인수·합병(M&A)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인터넷과 정보기술(IT) 열풍으로 닷컴 붐이 한창이었던 2000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2000년 세계 M&A 규모는 3조4000억달러(약 3400조원)로 3조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후 성장세가 꺾여 2003년엔 1조1490억달러,지난해엔 1조5160억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9월까지 이미 2조4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M&A가 이처럼 폭발적인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und,PEF)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기 회복을 타고 실적이 호전된 주요 기업들이 충분히 확보한 현금을 배경으로 사업 규모 확대 등을 노려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계 M&A 붐
2000년 이후 위축됐던 M&A 붐은 지난해부터 되살아났다.
지난해 M&A 불씨를 되살린 것은 미국이었다.
P&G의 질레트 인수(570억달러 규모) JP모건의 뱅크원 인수(587억달러 규모) 등 잇달아 초대형 M&A가 성사되면서 불을 지폈다.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유럽.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M&A 1위를 차지한 800억달러 규모의 네덜란드 로열더치페트롤리엄과 영국 셸 트랜스포트&트레이닝 간 M&A가 성공하면서 세계 M&A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유럽 M&A 시장이 1980년대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많은 복합기업들이 회사를 분할하고 동종 산업 간 통합을 이뤄내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20여년이 지난 뒤 유럽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선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여기에 가세했다.
실제로 올 1∼9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M&A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증가한 1560억달러에 달해 2000년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전 세계적으로 M&A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생존 위해 핵심역량 키워
M&A의 1차 목적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세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국경없는 기업 간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혀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같은 분야의 업체 간 생존을 위한 M&A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건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과점체제로 경쟁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 항공업계의 M&A에서 잘 나타난다.
세계 2위 항공사인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올해 초 스위스의 국제항공 인수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의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의 KLM을 인수,매출 기준 세계 최대 항공사를 출범시킨 데 이은 루프트한자의 국제항공 인수는 경영난 돌파를 위한 동종업체 간 몸집 불리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 항공업계는 결국 3∼4개 대형 항공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M&A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거품 붕괴 후 충분한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들에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M&A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에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M&A가 이익과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PEF가 M&A 촉진
기업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PEF는 당분간 세계 M&A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체 M&A 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4%까지 높아졌다.
PEF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에 돈이 몰린 것이 올해 일부 이머징마켓을 제외한 주요국 증권시장을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만든 원인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PEF들은 몇 개가 뭉쳐 컨소시엄을 구성,과거엔 엄두를 내지 못했던 큰 규모의 M&A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PEF들이 각자의 자금만으로 작은 규모의 M&A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피하고 협력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PEF로는 에이팩스 파트너스,텍사스퍼시픽그룹,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블랙스톤 등이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인터넷과 정보기술(IT) 열풍으로 닷컴 붐이 한창이었던 2000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2000년 세계 M&A 규모는 3조4000억달러(약 3400조원)로 3조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후 성장세가 꺾여 2003년엔 1조1490억달러,지난해엔 1조5160억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9월까지 이미 2조4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M&A가 이처럼 폭발적인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투자전문회사(Private Equity Fund,PEF)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기 회복을 타고 실적이 호전된 주요 기업들이 충분히 확보한 현금을 배경으로 사업 규모 확대 등을 노려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계 M&A 붐
2000년 이후 위축됐던 M&A 붐은 지난해부터 되살아났다.
지난해 M&A 불씨를 되살린 것은 미국이었다.
P&G의 질레트 인수(570억달러 규모) JP모건의 뱅크원 인수(587억달러 규모) 등 잇달아 초대형 M&A가 성사되면서 불을 지폈다.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유럽.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M&A 1위를 차지한 800억달러 규모의 네덜란드 로열더치페트롤리엄과 영국 셸 트랜스포트&트레이닝 간 M&A가 성공하면서 세계 M&A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유럽 M&A 시장이 1980년대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많은 복합기업들이 회사를 분할하고 동종 산업 간 통합을 이뤄내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20여년이 지난 뒤 유럽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선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여기에 가세했다.
실제로 올 1∼9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M&A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증가한 1560억달러에 달해 2000년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전 세계적으로 M&A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생존 위해 핵심역량 키워
M&A의 1차 목적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세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국경없는 기업 간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혀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같은 분야의 업체 간 생존을 위한 M&A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건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과점체제로 경쟁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 항공업계의 M&A에서 잘 나타난다.
세계 2위 항공사인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올해 초 스위스의 국제항공 인수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의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의 KLM을 인수,매출 기준 세계 최대 항공사를 출범시킨 데 이은 루프트한자의 국제항공 인수는 경영난 돌파를 위한 동종업체 간 몸집 불리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 항공업계는 결국 3∼4개 대형 항공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M&A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거품 붕괴 후 충분한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들에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M&A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에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M&A가 이익과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PEF가 M&A 촉진
기업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PEF는 당분간 세계 M&A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체 M&A 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4%까지 높아졌다.
PEF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에 돈이 몰린 것이 올해 일부 이머징마켓을 제외한 주요국 증권시장을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만든 원인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PEF들은 몇 개가 뭉쳐 컨소시엄을 구성,과거엔 엄두를 내지 못했던 큰 규모의 M&A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PEF들이 각자의 자금만으로 작은 규모의 M&A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피하고 협력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PEF로는 에이팩스 파트너스,텍사스퍼시픽그룹,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블랙스톤 등이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