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공포의 바이러스 .. 유럽까지 확산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야생 조류를 숙주로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로 전염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세계 축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최근에는 조류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신종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조류독감은 사스(SARS)와 함께 21세기 신종 전염성 질병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러스가 환경에 따라 항상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신종 바이러스 등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란 게 과학자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닭과 같은 가금류를 몰살시키는가 하면 사람에게도 전염돼 치명적인 살상 효과를 낳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발병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21세기 흑사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조류독감이 무엇이고 왜 이토록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정체


사람과 동물이 걸리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균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여러가지 바이러스 분류 중에서 '오르소믹소바이러스'(ORTHOMYXOVIRIDAE)에 속한다.


둥근 형태에 가깝지만 전체적으론 일정치 않은 모양의 이 바이러스는 80∼120nm 정도 두께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상당히 많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고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게 바로 A형 바이러스다.


최근 피해를 몰고온 조류독감의 원인균 역시 이 A형이다.


A형 바이러스는 헤마그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제(N)라는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다.


헤마그글루티닌은 15가지(H1∼H15),뉴라미니다제는 9가지(N1∼N9) 종류가 있다.


따라서 헤마그글루티닌과 뉴라미니다제의 조합에 따라 H1N1에서 H15N9까지 총 135가지의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조류에서는 이들 모든 종류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 예전까지만 해도 헤마그글루티닌은 3가지(H1 H2 H3),뉴라미니다제는 2가지(N1 N2)만 발견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즉 135가지 바이러스 유형 중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은 H1N1 H1N2 H2N1 H2N2 H3N1 H3N2의 6가지뿐이라는 것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H1N1 바이러스,1957년 아시아 독감 때는 H2N2 바이러스,1968년 홍콩 독감 때는 H3N2 바이러스가 각각 원인균이었다.


(최신 연구에서는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최근의 조류 독감 바이러스인 H5N1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몰고온 바이러스는 H5N1형이다.


이 바이러스 역시 처음에는 조류 사이에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1997년 홍콩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환자로부터 H5N1이 발견됨으로써 이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사람에게도 옮아갈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조류 사이에서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바이러스가 어느 순간 돌변해 사람의 몸으로도 침투,치명적인 살상 효과를 갖게 된 때문이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는 H5N1 가운데서도 강한 병원성을 띠는 종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면 치명적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조류 사이에서 매우 빨리 전파돼 닭과 같은 가금류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 베트남 홍콩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 발생했다.


인체 감염은 홍콩을 비롯 베트남 태국 등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양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수의사 등이 감염된 닭의 분비물과 직접적으로 접촉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까지 조류독감이 사람 사이에서도 전파된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전파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조류독감은 엄청난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