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남미의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7대 부국(富國) 중 하나였다.
1913년에 지하철을 놓았을 정도다.
그런 아르헨티나가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재정적자였다.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아르헨티나 경제 침몰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결정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46년 '후안 도밍고 페론'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부터였다.
페론은 '노동자 우대와 분배 우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한 정책(포퓰리즘)을 폈다.
나라의 경제 체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도시 노동자의 임금은 페론 집권 10년 만에 47%나 올랐다.
노동자가 원치 않는 퇴직을 당하는 일도 없어졌고 대학과 병원도 모두 공짜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선심(善心) 사업'으로 국가재정은 골병이 들었다.
분배 위주의 정책이 성장 둔화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물가 상승→임금 상승→기업경쟁력 약화→실업자 증가→분배 요구 시위 증가→분배 위주 정책 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아르헨티나는 늘어난 나라 빚을 감당하지 못해 2001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돈을 갚지 못하겠다"며 나자빠진 것이다.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1974년까지만 해도 1만달러를 웃돌던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6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정위기에 처한 일본
이웃나라 일본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795조엔(약 7000조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30배를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2004년 기준)도 6.2%에 달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일본 정부의 누적 총 채무는 1990년대 초 GDP의 60%대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160%대로 급상승했다.
국가 수입의 40% 이상을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써야 하는 처지다.
일본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것은 정부가 1990년대 장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라 돈을 마구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깎아주고 심지어 국민에게 2만엔(20만원가량)짜리 상품권까지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던 일본 국민들은 소비를 거의 늘리지 않았다.
이런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재정 운용으로 일본의 재정적자는 1991~2000년 사이 무려 340조엔이나 늘었다.
최근 들어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작은 정부 만들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 공무원 수를 오는 2009년까지 10%(3만명) 이상 감축하고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줄여 나갈 방침이다.
◆다시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미국은 재정적자에 더해 경상수지(수출에서 수입을 뺀 금액)까지 적자 행진을 지속,일명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4120억달러에 이어 올해도 4270억달러에 달해 GDP의 5%를 웃돌 전망이다.
최근 들어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세금이 잘 걷히기 시작해 당초 예상보다는 재정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3000억달러 이상은 구멍날 전망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대규모 '감세(減稅)정책'에서 비롯됐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몇 차례 감세조치를 통해 소득세 주식배당세 상속세 등을 크게 깎아줬다.
감세로 국민들의 손에 많은 돈이 쥐어지면 소비가 살아나고 이로 인해 내수 경기와 기업 수익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여기에다 이라크와의 전쟁 등으로 예산 지출이 급증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통일비용으로 고통받는 독일 재정
독일은 통일 이후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사례다.
독일 정부는 1990년 통일 이후 무려 1조2400억유로(약 1550조원)를 옛 동독지역에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옛 동독지역의 소득 수준이 서독지역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려졌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 재정은 온통 멍투성이가 됐다.
독일의 경제성장도 사실상 멈춰버렸다.
지난 14년간 독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로 유럽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독일의 재정적자 규모는 현재 GDP 대비 4% 수준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지키기로 약속한 재정적자 제한 범위인 'GDP 대비 3% 이내'를 넘어선 상태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7대 부국(富國) 중 하나였다.
1913년에 지하철을 놓았을 정도다.
그런 아르헨티나가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재정적자였다.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아르헨티나 경제 침몰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결정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46년 '후안 도밍고 페론'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부터였다.
페론은 '노동자 우대와 분배 우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한 정책(포퓰리즘)을 폈다.
나라의 경제 체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도시 노동자의 임금은 페론 집권 10년 만에 47%나 올랐다.
노동자가 원치 않는 퇴직을 당하는 일도 없어졌고 대학과 병원도 모두 공짜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선심(善心) 사업'으로 국가재정은 골병이 들었다.
분배 위주의 정책이 성장 둔화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물가 상승→임금 상승→기업경쟁력 약화→실업자 증가→분배 요구 시위 증가→분배 위주 정책 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아르헨티나는 늘어난 나라 빚을 감당하지 못해 2001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돈을 갚지 못하겠다"며 나자빠진 것이다.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1974년까지만 해도 1만달러를 웃돌던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6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정위기에 처한 일본
이웃나라 일본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795조엔(약 7000조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30배를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2004년 기준)도 6.2%에 달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일본 정부의 누적 총 채무는 1990년대 초 GDP의 60%대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160%대로 급상승했다.
국가 수입의 40% 이상을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써야 하는 처지다.
일본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것은 정부가 1990년대 장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라 돈을 마구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깎아주고 심지어 국민에게 2만엔(20만원가량)짜리 상품권까지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던 일본 국민들은 소비를 거의 늘리지 않았다.
이런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재정 운용으로 일본의 재정적자는 1991~2000년 사이 무려 340조엔이나 늘었다.
최근 들어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작은 정부 만들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 공무원 수를 오는 2009년까지 10%(3만명) 이상 감축하고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줄여 나갈 방침이다.
◆다시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미국은 재정적자에 더해 경상수지(수출에서 수입을 뺀 금액)까지 적자 행진을 지속,일명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4120억달러에 이어 올해도 4270억달러에 달해 GDP의 5%를 웃돌 전망이다.
최근 들어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세금이 잘 걷히기 시작해 당초 예상보다는 재정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3000억달러 이상은 구멍날 전망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대규모 '감세(減稅)정책'에서 비롯됐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몇 차례 감세조치를 통해 소득세 주식배당세 상속세 등을 크게 깎아줬다.
감세로 국민들의 손에 많은 돈이 쥐어지면 소비가 살아나고 이로 인해 내수 경기와 기업 수익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여기에다 이라크와의 전쟁 등으로 예산 지출이 급증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통일비용으로 고통받는 독일 재정
독일은 통일 이후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난 사례다.
독일 정부는 1990년 통일 이후 무려 1조2400억유로(약 1550조원)를 옛 동독지역에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옛 동독지역의 소득 수준이 서독지역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려졌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 재정은 온통 멍투성이가 됐다.
독일의 경제성장도 사실상 멈춰버렸다.
지난 14년간 독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로 유럽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독일의 재정적자 규모는 현재 GDP 대비 4% 수준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지키기로 약속한 재정적자 제한 범위인 'GDP 대비 3% 이내'를 넘어선 상태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