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19. 평균을 알아야 연봉도 더 받아내지

1994년 미국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파업으로 월드시리즈가 취소되는 등 미국 프로야구사상 가장 긴(8개월) 싸움이 구단주와 선수노조 사이에 있었다.


다행히 다음 해 시즌 시작 전에 노조측의 어쩔 수 없는 양보로 경기가 늦게나마 열렸지만 프로야구는 인기 하락 등의 후유증을 한동안 겪었다.


구단주와 선수노조의 힘겨루기는 그 원인이 밥그릇 싸움에 있었기에 양쪽 모두 야구팬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구단주와 노조는 파업기간 중에 팬들의 감정과 여론을 서로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열띤 홍보전을 벌였다.


여론을 등에 업고자 하는 이 싸움에서는 구단주들이 완승을 거두었다고 여겨지는데 구단주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평균 연봉이 120만달러(12억원)나 되는 선수들이 파업을 하다니"라고 주장함으로써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선수들이 돈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는 팬들의 비난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려고 했다.


그 의도는 큰 성공을 거두어 심지어는 열 살짜리 어린 야구팬이 '돈을 더 원하면(노조가 그렇게 탐욕스럽다면) 내 용돈을 가져 가라(Want more money? Take my allowance)'라고 쓴 피켓을 들고 야구장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것이 신문에 사진과 함께 크게 실려 팬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당시 선수노조의 파업에 대한 미국 CBS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구단주를,22%가 선수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조측에 주로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었다.


그러면 노조는 "평균 연봉이 120만달러나 되는 선수들이 파업을 한다"는 비난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어야 했을까? 그 해답은 평균에 대한 간단한 지식,즉 평균에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에서 노조에 유리한 평균을 사용해 다음과 같이 항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일부 소수의 스타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0만달러 정도이며 월 1000달러 정도의 (그것도 야구 시즌인 5개월 동안만 지불되는)저임금에 혹사당하고 있는 마이너리그 선수들까지 합치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만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부상이나 성적 부진 등으로 선수의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을 감안하고 선수들이 영화나 TV의 스타들만큼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구단주들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려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당시 700명 정도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산술 평균) 연봉은 구단주들이 주장하는 대로 120만달러였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500만달러(약 50억원) 이상을 받는 소수의 고액 연봉 선수들에서부터 10만달러(1억원)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는 선수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었다.


산술 평균은 120만달러지만 중앙값은 그보다 훨씬 낮은 40만달러였고 최빈수는 30만달러 정도였다.


선수들의 연봉 분포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왼쪽 그림과 같이 오른쪽으로 꼬리가 긴 분포가 된다.


구단주들이 산술 평균을 사용한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이런 분포에서 산술 평균인 120만달러는 중심을 나타내는 대표값으로서 합당하지 않다.


중앙값(40만달러)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만,노조 입장에서는 최빈수인 30만달러가 유리할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서 최저생활도 어려운 저임금에 고생을 하고 그 중에서도 특출난 소수만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평균 연봉 30만달러(최빈수)는 그간의 희생에 대한 보상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노조는 산술 평균을 이용한 구단주들의 작전에 말려들었는데 만일 노조 지도자들이 평균에 대해 조금만 알았더라도 반격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생각해냈을 것이다.


참고로 2003년도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약 6500만원이다.


하지만 이 평균은 산술 평균으로, 실제로 가장 많은 선수가 받는 평균(최빈수)은 이보다도 훨씬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선수 중에서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65명이나 되고 이 중에서도 2억원 이상은 26명에 이를 정도로 고액 연봉자들의 높은 소득이 산술 평균을 끌어올렸겠지만 아직 스타로 뜨지 못한 대다수 선수들의 임금은 훨씬 적기 때문이다.


구단별로도 연봉의 편차가 커서 삼성의 평균 연봉은 9300만원인 데 비해 롯데는 그 반 정도인 4900만원이다.


그러면 여러 평균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 사용할 것인가? 목수가 여러 가지 연장을 용도에 맞게 쓰듯이 평균들도 각각의 특징에 어울리는 경우에 사용해야 한다.


각 평균은 중심의 개념부터가 서로 다르므로 그 개념에 맞는 차원에서만 유용하다.


산술 평균은 자료 속에 있는 모든 값을 다 더해서 계산하므로 그 값들이 어떤 범위 내에서 유사한 경우에 효과적인 대표값이 된다.


고양이와 호랑이가 같은 고양이과의 동물이므로 둘을 합쳐 고양이과 동물의 평균을 낸다면 무의미하며 고양이와 호랑이끼리 따로 계산하는 것이 낫다.


중앙값이나 최빈수는 자료 속에 있는 특정한 값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런 내용을 알고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꼬리가 한 쪽으로 치우친 분포에서는 중앙값이 적절한 대표값이 된다.


평균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우선 갖고 있는 데이터의 특성에 알맞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데이터의 특성 중에서 먼저 데이터가 어떤 척도로 측정되었는가가 중요하다.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표현하면 명명척도로 측정한 경우에는 최빈수만을,서열척도인 경우에는 중앙값만을 사용하고,그 외의 경우에는 세 가지 평균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데이터의 분포를 고려해야 한다.


종 모양 분포가 아닌 경우에는 산술 평균이 대표값으로서 의미가 약해진다.


또한 표본에 따라 평균값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것을(안정성이라고 함)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술 평균이 안정성이 가장 높고 최빈수가 그 반대이다.


끝으로 평균을 선택할 때는 평균을 사용하려는 목적에 맞추어 결정해야 한다.


사용 목적이 다름에 따라 사용해야 할 평균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선택한 평균으로부터 어떤 결론을 유도할 수 있는지,그리고 이 유도한 결론이 데이터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평균을 해석하는 데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자료들이 어느 정도로 흩어져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흩어진 정도를 모르거나 무시할 때에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김진호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