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화국論] 매출 135조 세계 초일류 찬사 받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삼성공화국'을 거론하며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삼성의 공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무조건적인 매도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최대 기업을 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다.


'삼성공화국' 논란의 허와 실은 무엇일까.


◆임직원 21만여명의 세계적 기업


'삼성공화국' 논란은 삼성의 초고속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신경영'을 선포한 이래 삼성그룹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며 경영 혁신을 독려한 끝에 오늘의 삼성을 만들어냈다.


'신경영' 전략은 아시아의 보잘 것 없는 기업 중 하나였던 삼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LCD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SDS 등의 계열사들도 각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외형 역시 엄청나게 성장했다.


삼성은 현재 총 6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해외 67개국에 269개의 현지 사무소 및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임직원 수도 21만2000명에 달한다.


지난 92년 35조7000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의 매출은 지난해 무려 13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정부 예산인 122조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세전이익(법인세를 내기 전 이익)도 1992년 23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9조원으로 83배나 증가했다.


또 삼성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7%에 달하는 527억달러를 수출했다.


◆삼성에 대한 찬사와 비판 공존


이 같은 비약적인 성장 덕분에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삼성 제품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삼성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이건희 회장은 각종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역설적이게도 삼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공화국론'이 제기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경영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의 핵심 인재 영입과 관련한 비판을 들 수 있다.


삼성은 2003년 "한 명의 천재가 나머지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국내외 우수 인재를 대거 채용해왔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삼성이 법조 관료 언론 등 전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해 이재용 상무에게 넘겼다고 인정한 법원 판결도 삼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게 편법으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려 했다는 논란을 또 다시 점화시켜 향후 후계 구도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그룹 핵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삼성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기업지배구조도 문제로 제기돼


삼성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방식을 통해 4.4%가량의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삼성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순환출자 시스템은 외부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의 무(無)노조 경영도 '삼성공화국론'을 불러일으킨 문제 중 하나다.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의 시위로 빚어진 이른바 '고려대 사태'와 1998년 대선 과정에서의 정경유착 문제와 관련한 'X파일' 사건 등도 삼성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공화국론에 대해 "수용할 만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성장한 '대가'로 치부하기에는 최근의 비판이 너무하다고 항변한다.


특히 핵심 인재 영입과 그룹 지배구조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비판은 자칫 초일류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