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李珥·1536~1584)는 10년 후를 내다보며 우리나라의 생존을 위한 군사력을 기를 것을 제안했지만,시야가 좁은 관료들의 반대에 이이의 계획은 무산됐다.

이이의 예상대로 임진왜란은 발발하고 훈련된 군사가 적었던 우리나라는 큰 피해를 봤다.

지금 우리는 10년,아니 10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1500년대 후반에 군사력이 국가 생존에 필요한 힘이었다면 지금은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는 갈수록 치열해질 창의력 싸움에서 10년 또는 그 이상을 내다보고 이이의 양병책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도스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충격적일 만큼 창의적이고 편리한 OS 윈도를 내놓은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는 말을 했다.

빌 게이츠에게는 생각주간(Think Week),즉 홀로 자신의 별장에서 1주일간 아이디어만 떠올리는 시간이 있는데,그의 생각 주간은 그의 독서습관에서 나온 산물이다.

실제로 미국은 동네마다 도서관이 하나씩 있을 정도로 독서 인프라가 굳건하다.

한국 교환학생 알렉스 버슬루스(18)는 "미국의 도서관에 가면 Young Adult 섹션이 있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다"며 "거기에 청소년이 읽을 만한 좋은 책과 잡지가 널려 있다"고 말했다.

국가경쟁력이 3년 연속 1위로 나타난 핀란드는 국가 자체가 독서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는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에 가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책을 운반하고 대여해주는 차인 '북모빌'만 보면 아이들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달려간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67.2%가 "자신의 거주 지역에 도서관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독서 인프라가 취약한 실정이다.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독서진흥법'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 법은 △도서관·문고 등 청소년 독서진흥시설 및 설비 확충 △독서자료 확보를 위한 산업체ㆍ지역주민과의 협조 방안 △청소년고용업소의 도서비치 의무화 △장애청소년 독서활동 장려방안 및 군장병ㆍ비학생 청소년을 위한 독서여건 조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독서진흥기금 설치,청소년 독서의 날 및 청소년 문학상의 제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은 그러나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몇몇 시민단체의 반발이나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출판계의 반발로 방해받고 있다.

당장의 문제에 급급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생각이 부족한 이들은 시야가 좁았던 옛 관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독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창의적 인재들이 많이 나와서 무섭게 성장해 나가는 친디아(중국+인도)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홍순영 생글기자(서울 대일외국어고 3년) chul_ho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