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금지 특별법 1년 ‥ '그녀들'의 자립 국가와 사회가 도와야

울긋불긋한 전등불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성들이 있었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불그스름한 불빛으로 역 앞은 항상 불야성을 이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스 타고 삼십 분을 가야 하는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나는 늘 '역 앞'의 밤이 낯설고 두려웠다.


그 곳은 고기를 파는 푸줏간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다.


대학교 1학년,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뒤 내가 처음으로 마주했던 서울의 모습은 바로 청량리 紅燈街였다.


'588'이라고 불리는 그 곳을 택시를 타고 지나게 되었다.


길게 늘어선 유리 글라스로 만들어진 가게 앞에서 짙은 화장을 한 여성들이 지나가는 차에 탄 손님을 향해 말을 건넸다.


나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녀들의 옷차림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게 역 앞 홍등가와 그녀들의 존재는 항상 쉬쉬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러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작년의 일이었다.


정부가 성(性)을 사고 파는 일을 금지하겠다며 性賣買 특별법을 만들어 단속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성을 산 남성들과 성을 판 여성들 모두를 처벌했다.


일순간 홍등의 불빛은 사라지고,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여성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단속하면 결국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며 집단 시위도 벌였다.


남성들 역시 입을 열었다.


성 매매는 법으로도 금지할 수 없는 필요악이라는 것이었다.


성 매매를 금지하면 성 범죄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일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역 앞을 훤히 밝히던 불빛은 사그러들었다.


그러나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성 매매는 눈에 띄지 않는 음지로 옮아갔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엄포에도 성을 사고 파는 행위는 없어지지 않았다.


성 매매 合法化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라는 듯 失笑를 금치 못했다.


성 매매는 역사만큼이나 오래 됐다고 한다.


고대에는 神殿의 여사제가 성을 팔았다는 주장도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이 역시 번창한 산업의 하나였고 로마 시대 역시 주요 도시들마다 사창가가 들어서 버젓이 영업했다.


유명한 폼페이에도 홍등가들이 雨後竹筍처럼 들어서 있었다.


항구마다 사창가는 不夜城을 이루었다.


종교가 지배하던 중세에 들어서도 성 매매는 중단되지 않았다.


성 매매 여성은 이제 '창녀'라는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성 위주의 사회,여성 지위의 상대적 열위는 매매춘을 오랫동안 당연시하도록 만들어 왔다.


성에 대한 억압이 가장 심했다는 조선 시대에조차 성 매매는 근절되지 않았다.


朱子學적인 엄격한 사회 기풍에도 불구하고 성적 억압은 여성들에게만 강요되었던 측면이 크다.


조선 후기 풍속화들조차 이런 정황을 그림에 담아놓고 있다.


신윤복이나 김홍도의 그림에는 매매춘 장면,기생들과의 성적 접촉을 그린 작품들이 허다하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성매매 금지 특별법은 산업화된 성 매매와 이 속에서 행해지는 여성들의 인권 유린을 막아 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성 매매 합법론자들은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한 법으로 성 매매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번 성 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여성들은 평생 烙印이 찍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 매매를 인정하는 순간,우리는 성 매매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얻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최근 법원에서는 윤락가에 監禁돼 성 매매를 하다 지난 2001년 화재로 숨진 여성들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가 성 매매를 默認하는 사이 벌어지는 폭력과 그 피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이제 1년이다.


성매매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공통된 관심 거리로 떠오른 지 이제 겨우 1년이다.


법 시행의 효과를 성급하게 결론 내기 전에 우리는 제도 정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團束과 處罰 위주의 방식이 절반의 성공으로 남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을 단지 '외면하려' 했던 우리의 무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150만명으로 추정되는 '그들'의 자립과 안착을 위해 성 매매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김현예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yeah@hankyung.com



■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을 팔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성매매 특별법이 지난해 9월23일 발효됐다.


법 시행 이후 성 매매가 아니면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성 매매 여성들은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정부의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성매매특별법 위반 사범은 모두 1만3682명(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 기준).


이중 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들은 모두 51.4%인 7092명에 달했다.


현재 정부는 성 매매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에게 직업훈련비 35만원, 법률지원비 250만원, 의료비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 단체들은 성매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여성 교육프로그램과 취업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생각 플러스 >



성을 사고 파는 것인 도덕적으로 올바른가?


성 매매를 하나의 직업을 인정해야 하는가?


왜 성매매가 존재하는 것인가?


성매매 근절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성매매를 단속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나?



< 한자 읽기 >


紅燈街(홍등가)

性賣買(성매매) 合法化(합법화)

失笑(실소) 神殿(신전)

雨後竹筍(우후죽순)

不夜城(불야성) 朱子學(주자학)

烙印(낙인) 監禁(감금)

默認(묵인) 團束(단속)

處罰(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