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재산세 과다인상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안산과 광주에 이어 서울 강남구 등에서도 올해 재산세 납부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주택분 재산세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세부담을 낮춰주지도 않아 '성남 용인 등 인근 지자체 아파트에 비해 집값은 싼 데도 재산세를 더 많이 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산세가 무엇이고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기에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일까.


◆재산세는 지자체 살림의 주요 재원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세금의 가장 중요한 재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한 해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자기 지역 내에 있는 주택과 빌딩,토지 등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 바로 재산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산세를 거두어 도로 관리,지역 청소,상하수도 관리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등 지방자치가 발달해있는 선진국에서는 보통 1% 내외의 단일 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걷고 있다. 예산이 남으면 세율을 낮추고,지역사업이 많은 해에는 세율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재산세의 성격이 미국 등과 확연히 다르다. 지역 살림살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용도 이외에 소득재분배,부동산투기 억제 등의 정책 목적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대가로 내야 하는 세금이 '주택 건물 등에 매겨지는 재산세'와 '토지에 과세되는 종합토지세' 등 두 가지였다. 이 중 종합토지세는 명목만 지방세였지 실제 내용은 국세(國稅)였다. 개인이나 법인이 '전국에 걸쳐'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합산한 뒤 최고 5%까지 9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과세대상이 지방자치단체의 영역을 넘어섰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명목상 과세권자는 자치단체장이었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에서 세금부과액을 계산한 뒤 적절히 나눠 각 지방자치단체에 과세액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세금징수가 이뤄졌다.

◆올해부터 국세(國稅)인 종합부동산세 도입

그러던 것이 올해 세제개편으로 부동산 보유세 체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주택이나 토지의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에는 종전처럼 지방세인 재산세를 부과하되,다주택자 또는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거두기로 한 것.

정부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집부자(또는 땅부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세금을 중과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한편 '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큰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는 조세형평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자동네일수록 많이 걷히는 재산세를 가난한 지역에 나눠줘 지역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의지도 담겨 있다. 투기억제 등을 목적으로 재산세율을 높일 경우 서울 강남구 등 부자동네 지방자치단체들의 세금 수입이 늘어나게 되고,이는 해당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 간 격차를 더 벌려놓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과세기준이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뀌었다

상당수 사람들이 새로 개편된 재산세 부과에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세금 부담이 높아진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재산세 과세기준이 '공시지가'와 '건물과표'로 나뉘어져 있던 것이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뀐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컨대 아파트 보유세는 '건물과표'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부속토지 지분에 대한 공시지가'로 부과되는 종합토지세로 나뉘었다. 건물과표는 오래된 건물일수록 평가금액이 낮게 나왔기 때문에 소형 재건축아파트 등의 재산세는 매우 적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국세청 기준시가'로 과세기준이 바뀜에 따라 '건물연수에 관계없이 값이 비싼 아파트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시세의 70% 수준이다. 국세청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은 재산세가 낮아진 반면 가격이 비싼 아파트 재산세는 급등'하게 된 것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단독주택의 63%,연립주택의 85%가 올해 재산세 부담이 줄어든 반면 아파트는 121만1000가구 중 84%의 재산세가 증가했다. 이 중 아파트의 29%인 35만여가구는 세부담 상한선인 50%까지 올랐다. 이것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재산세 반발'의 원인이다.

김철수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


■ 탄력세율은 또 뭐야?

주택분 재산세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안산 아파트 입주민의 요구는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 세율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탄력세율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살림살이 규모에 맞춰 자율적으로 세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만든 장치다. 가령 세수가 부족하거나 반대로 지자체 재원이 남아돌 경우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50% 범위 내에서 지방세 세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최근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성남 부천 고양 용인 등 14곳이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낮춰줬다. 서울에서도 서초구 등이 탄력세율을 사용했다.

그동안 탄력세율은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중앙정부가 부족한 지자체 재정을 교부세 형태로 지원한 데다 탄력세율을 도입해야 할 정도로 재산세가 급등한 경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보유세 체계가 바뀌어 재산세가 크게 오르자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세저항이 일어났고 강남구 등 서울지역 자치구가 잇따라 탄력세율을 활용해 세율인하에 나섰다. 주민 선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이 표를 잃지 않기 위해 취약한 재정상태에도 불구하고 재산세를 낮추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주민들의 압력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지방의회가 탄력세율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방자치단체가 탄력세율을 적용하려면 지방세 과세기준일 이전에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