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발급 민원서류 위.변조 문제로 시끄러운데...

전자정부 보안 체계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변조 가능성 때문에 지난 23일부터 인터넷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을 중단시킨 행정자치부에 이어 대법원도 27일 오전 7시를 기해 등기부등본의 인터넷 발급서비스를 중단했다. 해킹당할 경우 재산권에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입법을 추진중인 인터넷 부동산 등기 신청 역시 공인전자인증서 공인전자인증서 발급 과정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전산망을 통해 발급하는 주민등록 등.초본 등 21가지 민원서류를 해킹으로 간단하게 위.변조할 수 있다는 것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지면서 '전자정부'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전자정부'에 이어 대법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급되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도 위.변조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민원서류의 내용을 해킹 프로그램에 의해 간단하게 위.변조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전자정부 시스템을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전자정부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리고 만 것이다.


이번 온라인을 통한 민원서류의 위.변조 사태를 계기로 전자정부에 대해 살펴보자.


◆전자정부 사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 추진


전자정부(Electronic Government)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행정과정을 혁신함으로써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국민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정보사회형 정부를 일컫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정부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공공재나 서비스를 상호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전자정부 사업은 80년대 초반에 시작돼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 87년부터 행정전산망사업에 나선 데 이어 94년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8월에는 민원서비스 혁신사업인 'G4C'(Government for Citizen)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정부조달(G2B) 활성화' '시.군.구 행정정보화' '인터넷 종합국세시스템' '4대 보험연계시스템' 등 갖가지 사업을 펼쳐왔다.


정부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정업무 등의 전자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2001년 7월)을 거쳐 2002년 11월 전자정부를 출범시켰다.


행자부는 2003년 인터넷을 통해 민원서류의 신청에서부터 발급까지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자민원 홈페이지(www.egov.go.kr)를 구축했다.


2003년 9월부터는 토지대장 등 3개 문서를 시험적으로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8월 말까지 발급된 민원서류는 257만8000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올 들어 평일 기준으로 하루 1만1300여건이 발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발급 민원서류의 종류도 주민등록 등.초본에서부터 건축물 대장 등.초본,토지 대장,병적 증명서 등 21가지나 된다.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소(www.iros.go.kr)를 비롯 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급하는 각종 인터넷 민원서류까지 포함할 경우 수백 가지에 이른다.


한마디로 '안방민원' 시대가 개막된 셈이다.


◆전자정부 수준은 세계 5위


우리의 전자정부 사업은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발전해 오면서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유엔의 평가 결과 지난해 우리의 전자정부 수준은 아시아에서 1위,세계에서는 미국 덴마크 영국 스웨덴에 이어 5위에 각각 올랐다.


2002년 15위에서 2003년에는 13위로,지난해에는 다시 5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틀림없다.


정부는 그동안 전자정부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특히 참여정부는 이 사업을 국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내걸고 2003년 8월에 이를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까지 마련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07년까지 31개 사업에 814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터넷 관련 인프라 구축도 전자정부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


PC 보급률이 전체 가구의 80%에 육박하고 있으며,초고속 인터넷 가입자(3월말 기준)도 1208만여가구에 이르고 있는 것은 우리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해킹과 위.변조기술 방지노력 미흡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 사업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우선 전자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는 국가 프로젝트임에도 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조직이 없을 뿐 아니라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실무시스템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보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


인터넷 업무 처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 관련 정보 보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정부가 인터넷 공문서 발급 과정에서 아무리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가동하더라도 위.변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헐값에 프로젝트를 따내 하도급을 맡기는 게 관행처럼 돼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그런 점에서 정부 당국은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킹 등에 대비한 위.변조방지 기술 개발과 관련 프로그램 마련에 온 힘을 쏟았어야 했다.


또한 인터넷 공문서 발급 관련 시스템의 해킹이나 각종 자료의 위.변조법을 설명한 자료를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규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규제 장치가 없을 경우 보안전문업체들이 새로운 보안기술을 채택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거나,전산시스템의 허점을 유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이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전자정부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는 사태를 자초하고 만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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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원래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1993년부터 정부개혁을 추진하면서 내세워 온 정보사회형 정부 형태를 일컫는다.


미국은 현재 2만여개에 이르는 연방정부 관련 웹사이트를 하나로 묶은 www.firstgov.gov를 개설해 인터넷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4C=Government for Citizen의 머리말에서 따온 것으로 정부의 인터넷 민원서비스 혁신사업을 일컫는다.


전체 민원 발생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민 부동산 자동차 기업 세금 관련 400여종을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것.


△해킹(hacking)=컴퓨터시스템에 불법으로 접근해 데이터를 빼내거나 파기하는 행위.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활용해 정보시스템에 침입,그 속에 축적돼 있는 각종 정보를 빼내거나 없애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