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월30일 퇴근길에 나선 삼성전자 직원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회사가 2004년 100억달러(1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흑자 달성을 기념해 1조2000억원이란 거금을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6만7000명의 직원들은 평균 1800만원의 보너스를 받고 3000만원 이상의 상여금을 받은 직원들도 상당히 많았다.

반도체 LCD가 호조를 보인데다 휴대폰이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대박을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2 경기도 시흥의 A철강회사.고민 끝에 지난 8월 폐업을 결정했다.

공장부지를 평당 180만원에 팔고 설비도 고철값 수준에 처분했다.

회사는 중국산 저가 철강 때문에 더이상 운영이 안 되겠다고 판단했으며 직원들에겐 약간의 위로금을 주고 문을 닫았다.

중국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사례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청산으로 내몰리는 회사도 적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중국으로 인해 국내 산업구조 양극화

중국이 부상하기 전,특히 'IMF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0년대 후반 이전까지 한국은 세계 중저가 공산품 생산기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중국이 가져갔다.

월마트나 까르푸 등 세계적인 유통매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에서 물건을 집어들고 속을 살펴보면 'Made in China'가 부지기수다.

상품의 브랜드가 국산이라 하더라도 생산지는 중국인 경우가 허다하다.

섬유 의복 신발 피혁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철강 석유화학제품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기업의 중국에 대한 투자는 해마다 늘어나 전체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12%에서 올 들어선 40%에 육박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중국 투자는 신규공장을 중국에 짓거나 아예 공장 자체를 옮기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공장이 전부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텅 비는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명기 한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중국에 대한 투자증가 및 공장이전으로 연간 4만명의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아직까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반도체 LCD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한국의 해당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가 휴대폰 전략은 중국의 신흥 중산층을 사로잡으며 애니콜 신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단기간에 중국 내 유력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등장은 또한 동북아 무역구조에도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202억달러의 대중국 흑자를 기록,일본에 대한 244억달러 적자를 상당부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도 산업구조 개편 서둘러

정부는 중국의 기술력이 조만간 한국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육성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9월6일 산업혁신포럼에서 발표한 '2015년 산업발전 비전과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자부는 '컨버전스(convergence)산업'으로 중국을 따돌리자고 제안했다.

반도체 디지털전자 의료기기 항공 등의 영역에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등을 융합(컨버전스)함으로써 중국의 추격권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다.

재정경제부는 금융과 서비스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자산 확대를 바탕으로 선진기법을 좀 더 익힌다면 중국의 부실채권 정리,M&A(인수합병),투자금융 등의 시장을 어느 정도 파고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학교 법률 병원 테마파크 등의 수준을 높인다면 중국 고객 유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산자부나 재경부 모두 중국과의 경쟁이 없거나 약한 분야로 우리 산업을 이끌고 가기 위한 블루오션(blue ocean)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