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개발계획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가로 대규모 에너지를 제공키로 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함에 따라 이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확보가 시급한 국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포괄적인 대북지원과 체계적인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이른바 '한국판 마셜플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이에 필요한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본격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통일비용 얼마나 들어갈까
일단 이번 6자회담 타결로 대북 에너지 지원에만 10조원 이상이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전력지원은 '중유제공-직접 송전-경수로 지원'이라는 3단계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 직접송전에 앞서 3년간 북한에 매년 50만t 규모의 중유를 지원하고,2008년부터는 경수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최장 10년 동안 200만kW의 전력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유 제공에는 연간 1600억원,3년간 총 4800억원이 필요하다.
대북송전을 위한 공사비는 △변전설비 1조원 △송전선로 건설 6000억원 △345kV 변전소 2곳 설치 1200억원 등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발전비용도 경수로 완공 시점까지 매년 투입돼야 한다.
경수로 건설에는 4조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똑같이 부담하더라도 92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우리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 통신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도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통일비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 7월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 랜드연구소는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막대한 통일비용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와 함께 통일비용이 최소 500억달러(약 50조원), 최대 67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랜드 연구소는 국내총생산(GDP)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독일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당시 동서독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꼽았다.
1인당 GDP만 비교하더라도 당시 동독이 서독의 3분의 1에 달했던 반면 현재 북한은 남한의 8%에 불과하고 인구 역시 동독은 서독의 4분의 1에 불과했던 반면 현재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절반에 가깝다.
먹여 살려야 할 인구는 많고 경제적 능력은 낮은 만큼 한국의 통일비용이 독일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S&P는 "한국의 통일비용이 GDP의 2~3배인 1400조~2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통일은 좋지만…
정부는 우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예산에 6500억원으로 책정된 기금을 우선 1조원으로 증액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충한다는 게 통일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해외에서 빌려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국가재정이 취약해지는 문제가 걸린다.
이미 GDP 대비 30% 수준에 이른 국가 채무는 고령화 시대 등을 요인으로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 확실하고 여기에 다시 엄청난 통일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쪽이든 결국 통일비용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통일을 민족 감정에만 호소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물론 안보비용 절감 같은 반대급부도 있다.
대규모 경협이 추진될 경우 수출기업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고 북한 내 관련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적지 않은 희생을 우리 국민 개개인이 받아들일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 취업사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통일이 취업난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 같다'는 이유가 51%로 가장 많았다.
'통일을 희망하느냐'는 물음에는 73.9%가 '원한다'고 답했지만 '경제적 희생을 감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32.9%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월 독일 순방 당시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감당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통일역량과 의지가 과연 그러한지는 대북 지원이 실행단계에 접어든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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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통일 비용
1990년 8월31일 통일된 이후 지금까지 독일이 쏟아부은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독일정부는 공식적으로 통일비용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해 7월 작성된 동독 경제회생 정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동독지역의 경제 재건에 14년간 투입된 자금은 무려 1조2500억유로(약 1571조원)에 달했다.
이 자금은 대부분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투자와 실업자 구제 등에 사용됐다.
지금도 매년 900억유로 이상을 동독지역에 지원해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지만 옛 동독지역의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간 소득격차는 여전하며 이로 인한 지역갈등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부유한 서독지역에서는 이른바 '단결'비용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다는 불만을,동부지역은 정부의 실업수당 삭감정책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은 서독 생활수준을 따라잡는 데 "앞으로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독일경제 성장력이 약화되는 원인으로 과다한 동독 재건비용을 꼽고 이대로 가다간 독일 전체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노동통계지표에 따르면 독일의 실업자 수는 521만6000명으로 실업률은 1930년대 이후 최고치인 12.6%를 넘어선 상태다.
우리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포괄적인 대북지원과 체계적인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이른바 '한국판 마셜플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이에 필요한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본격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통일비용 얼마나 들어갈까
일단 이번 6자회담 타결로 대북 에너지 지원에만 10조원 이상이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전력지원은 '중유제공-직접 송전-경수로 지원'이라는 3단계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 직접송전에 앞서 3년간 북한에 매년 50만t 규모의 중유를 지원하고,2008년부터는 경수로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최장 10년 동안 200만kW의 전력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유 제공에는 연간 1600억원,3년간 총 4800억원이 필요하다.
대북송전을 위한 공사비는 △변전설비 1조원 △송전선로 건설 6000억원 △345kV 변전소 2곳 설치 1200억원 등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발전비용도 경수로 완공 시점까지 매년 투입돼야 한다.
경수로 건설에는 4조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똑같이 부담하더라도 92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우리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 통신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도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통일비용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 7월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 랜드연구소는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막대한 통일비용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와 함께 통일비용이 최소 500억달러(약 50조원), 최대 67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랜드 연구소는 국내총생산(GDP)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독일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당시 동서독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꼽았다.
1인당 GDP만 비교하더라도 당시 동독이 서독의 3분의 1에 달했던 반면 현재 북한은 남한의 8%에 불과하고 인구 역시 동독은 서독의 4분의 1에 불과했던 반면 현재 북한의 인구는 남한의 절반에 가깝다.
먹여 살려야 할 인구는 많고 경제적 능력은 낮은 만큼 한국의 통일비용이 독일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S&P는 "한국의 통일비용이 GDP의 2~3배인 1400조~2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통일은 좋지만…
정부는 우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예산에 6500억원으로 책정된 기금을 우선 1조원으로 증액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충한다는 게 통일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해외에서 빌려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국가재정이 취약해지는 문제가 걸린다.
이미 GDP 대비 30% 수준에 이른 국가 채무는 고령화 시대 등을 요인으로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 확실하고 여기에 다시 엄청난 통일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쪽이든 결국 통일비용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통일을 민족 감정에만 호소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물론 안보비용 절감 같은 반대급부도 있다.
대규모 경협이 추진될 경우 수출기업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고 북한 내 관련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적지 않은 희생을 우리 국민 개개인이 받아들일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 취업사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통일이 취업난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 같다'는 이유가 51%로 가장 많았다.
'통일을 희망하느냐'는 물음에는 73.9%가 '원한다'고 답했지만 '경제적 희생을 감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32.9%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월 독일 순방 당시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감당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통일역량과 의지가 과연 그러한지는 대북 지원이 실행단계에 접어든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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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통일 비용
1990년 8월31일 통일된 이후 지금까지 독일이 쏟아부은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독일정부는 공식적으로 통일비용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해 7월 작성된 동독 경제회생 정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동독지역의 경제 재건에 14년간 투입된 자금은 무려 1조2500억유로(약 1571조원)에 달했다.
이 자금은 대부분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투자와 실업자 구제 등에 사용됐다.
지금도 매년 900억유로 이상을 동독지역에 지원해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지만 옛 동독지역의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간 소득격차는 여전하며 이로 인한 지역갈등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부유한 서독지역에서는 이른바 '단결'비용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다는 불만을,동부지역은 정부의 실업수당 삭감정책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은 서독 생활수준을 따라잡는 데 "앞으로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독일경제 성장력이 약화되는 원인으로 과다한 동독 재건비용을 꼽고 이대로 가다간 독일 전체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노동통계지표에 따르면 독일의 실업자 수는 521만6000명으로 실업률은 1930년대 이후 최고치인 12.6%를 넘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