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모든 연령층의 학생들이 해외 교육기관만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국내 교육기관의 수준이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못미처 '교육 엑소더스'를 불렀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해외 교육기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최근 들어 군중심리로 증폭됐고 이 때문에 한국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제각각이다. 열린우리당과 교원단체들은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재계와 일부 학자들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교육전쟁'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며 "교육을 공공재가 아닌 서비스 상품으로 보고 교육과 관련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교육은 '공공재'인가 '상품'인가

교육 정책은 교육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 정부와 교원단체는 교육을 공공재로 보고 있다. 가급적 많은 이에게 혜택을 돌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평준화 제도 등 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교육정책은 국내 교육의 평균적인 질을 끌어올리는 데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가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한 덕분에 국민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읽고 쓰는 법,셈하는 법 등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닌 지식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공재로서의 교육론'에 대해 회의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분업과 협업을 중시하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발전 단계에서는 '집단교육'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창의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성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곤두박질치는 국가 교육경쟁력 지표는 현행 평준화교육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 '상품으로서의 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공교육비와 사교육비 포함ㆍ2003년 기준) 지출 비중이 7.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지만 교육의 효율성은 23개국 가운데 20위에 불과하다.

누구에게나 남들보다 나은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막다보니 교육기관들은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고,교육 소비자들은 해외 교육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과 박정수 서울시립대 교수,우천식 KDI연구원이 집필한 논문인 '대학개혁의 청사진'에는 교육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들어야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논문집에서 △입시에서의 대학 자율성 확대 △기여입학제의 장기적 도입 △대입수능의 고졸자격시험 전환 △고교 학력차 인정을 전제로 한 내신성적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폈다.

◆해외 유학정보 공개해야

어린 나이에 해외 교육기관을 찾는 '조기유학 신드롬'에 대해서는 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열린 교육개발원 주최 교육정책포럼에 참석한 학부모 3633명,교사 555명,유학 관련업무 담당장학사 196명,학생 347명 등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유학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70%가량이 "유학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이 유학에 대해 바람직한 인식과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홍원 교육개발원 본부장은 "정보도 연구자료도 없다 보니 학부모들이 검증되지 않은 질 낮은 유학알선업체를 이용해 조기유학에 나선다"며 "검증되지 않은 질 낮은 유학 알선업체를 규제하는 한편 조기유학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정부 차원에서 수집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