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는 많은 기사들이 들어가 있다.

1면에 아주 크게 나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자그마한 기사도 있다.

어떤 기사는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가 하면,어떤 것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있다.

물론 신문에 기사화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이 기사화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사로 재탄생하는 현실은 그만큼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신문에 나와 있는 기사의 비중이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름대로의 중요성이 있다고 해도 그 중요성에는 차이가 있다.

신문에서는 '사소하게' 다루어졌으나 우리들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그런 기사들을 보자.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등장한 '다정한 포옹'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21일 뉴질랜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29세의 해미쉬 미들턴은 최근 뉴질랜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다정한 포옹'을 경매 물품으로 등록했다.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다정한 포옹을 제공,외로움을 달래준다는 그의 '포옹' 상품은 예상과는 달리 큰 인기를 끌었고,1호주달러로 시작한 경매가는 지난밤 410호주달러(약 32만원)까지 치솟은 상태.

어린이 보호 시설에서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있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미들턴은 '포옹'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즉 외로움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껴안아 주지도 않는 지옥과 같은 가정이 수도 없이 많고,심지어 학교 교사들 또한 아이들을 포옹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미들턴의 '포옹 상품'은 뉴질랜드 외의 나라에서도 입찰자가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미들턴은 입찰자가 원하면 아무리 먼 지역이라도 '출동'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수익금 전액을 어린이 병원에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미들턴은 자신의 포옹 상품이 사람에게만 해당되며 '에로틱한' 제안은 거절한다고 분명히 밝혔다."(○○○,2005년 4월22일자)


위 기사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한 기사지만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기사가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뉴질랜드의 이야기다.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 아마 없을 것 같다.

이 기사의 주인공을 아는 사람? 아마 없을 것이다.

기사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멀리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미들턴이라는 젊은이가 한 일을 소개하고 있다.

기껏 첨가되는 내용은 이 젊은이가 한 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언제,어디서,누가,무엇을,어떻게,왜'라는 6하원칙에 따라 내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2005년 4월(언제),뉴질랜드(어디서),미들턴이(누가),경매상품을(무엇을),등록했다(어떻게),포옹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왜)."


자,그러면 이제 기사를 놓고 고민을 해보자.포옹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포옹을 경매 상품으로 올렸다고? 도대체 포옹이 무엇이기에? 생각해보라.포옹이 무엇인가? 포옹은 언제 하는가? 왜 하는가? 포옹은 어떤 느낌을 주는가?

이제 조금씩 감이 잡힐 것이다.

포옹은 혼자서 하지 못한다.

포옹은 사람과 사람이 한다.

그것도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 포옹이다.

친밀한 사람끼리 기쁠 때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슬플 때는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하는 것이 포옹이다.

부모와 자식이,친구와 친구가,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포옹하는 것이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이 표출되는 것이 곧 포옹인 셈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을 생각해 보자.우리가 언제 포옹을 했던가? 우리가 언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표현했던가? 아니 그런 정이 남아있기라도 한 것인가?

현대의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은 그 거리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것은 비단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에 한정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 신문기사는 단순히 우리에게 이런 일이 뉴질랜드에 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기사를 가지고 논술 문제를 만들어 보자.답을 하기에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1.위 글에서 알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은?

2.기사에 근거하여 '포옹'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기술하시오.

3. 1에서 지적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논술에 대비하면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논술 문제가 생소한 것은 나에게 그것에 관한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어렵고 난감한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학교나 학원 혹은 언론매체에서 하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지,자신만의 고민과 생각이 논술에 담기지 않는 것이다.

문제에서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수만 권의 책을 읽고,수만 번의 논술 수업을 들었다 해도 '자신의' 생각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논술이 아니다.

논술은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다.

그것도 논리적으로.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

[ 약력 ]

△(전)서울 화곡고 국어교사

△(전)서울시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영역 출제팀장

△(전)EBS 언어영역&논술 강사

△(현)대치 메가스터디 원장

<저서> '2008 대학입시 이렇게 준비하라' '언어영역 학습법' 7차교육과정 교과서 '국어생활'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