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경제의 혈액이라고 한다. 혈액이 우리 몸 곳곳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듯이 화폐는 실물 경제에서의 생산과 소비,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화폐가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는 금리(이자율)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금리)를 받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시돼 있다.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발전한 결과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이자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던 때도 있었다.

◆금리의 역사

금리는 돈을 빌려쓰거나 빌려준 대가다. 돈을 빌려쓴 대가로 지급하는 것을 '대출 이자'라 하고 돈을 빌려준 대가로 받는 것을 '예금 이자'라고 한다. 경제 생활에서 돈이 쓰이기 전에는 곡식이나 귀금속 등이 이자로 지급되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이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살펴보면 기원전 3세기께 은과 보리를 빌리는 데 일정한 대가를 지급했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도 옛날 농촌에서는 봄에 씨앗을 빌려주었다가 가을에 이자를 붙여 되돌려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모두 현대적 의미에서 이자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돈을 빌려주거나 이자를 받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좋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이자를 주고받는 것 자체를 죄악시해 교회법으로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종교 개혁과 함께 이자를 금지하던 제도가 완화되기 시작했으며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모든 금융 거래에서 이자를 자연스럽게 주고받게 됐다.

◆금리의 기능

금리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으로는 '돈을 빌리려는 수요와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나라 전체적으로 자금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돈을 빌려쓸 수 있기 때문에 금리는 오르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진다.

이로 인해 자금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이자가 많아지게 된다.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들은 늘어나게 되고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말하자면 금리는 돈의 가격이기 때문에 금리 변화를 통해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게 된다.

금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자금 배분 기능'이다. 기업들은 금리 수준보다 더 높은 이익을 낼 자신이 있을 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다가 투자한다. 결국 금리는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도록 함으로써 나라 전체적으로 자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금리 결정에 관한 경제학 이론

그렇다면 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 경제학에는 금리 결정과 관련해 '대부 자금설'과 '유동성 선호설'이라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제기한 대부자금설은 '남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즉 대부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금리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듯 금리도 자금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유동성 선호설을 주장했다. 케인스는 "금리 결정은 화폐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서와 같은 수요 공급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유동성을 포기한 데 따른 대가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이 자산을 보유할 경우 이를 주식 채권 등의 형태로 가지지 않고 화폐·당좌예금과 같은 유동적인 형태로 가지는 것을 선택하는 욕구(화폐에 대한 수요)를 유동성 선호라고 한다. 따라서 증권 등의 구입에 의해 화폐가 가지는 '가치의 안정성과 편리성'이 상실되는 데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금리라는 게 케인스의 생각이다. 케인스는 금리가 화폐 시장에서 경제 주체들의 유동성에 대한 선호와 화폐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