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주택자에 세금공세 … 부동산 대책에 대해 생각하고 글쓰기

◆쉬운 이야기부터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물론 주택시장의 특수성은 있다.


일반 공산품과 달리 공급에 지역적 시간적 차이가 크고 투기적 민감성도 매우 높다.


◆약간 어려운 이야기 하나


지난 8월31일 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놨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놓은 정책인 만큼 주된 목표는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공급이야 주택공사 등 공기업을 동원해 많이 지으면 되는 것인데 수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그 해답으로 세금을 내놓았다.


양도세를 많이 물려 주택을 사고 팔 때 얻는 시세차익을 줄이고 보유세를 높여 집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세금이 무서워 보유 주택수를 줄이거나 최소한 늘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쥐를 몰더라도 도망갈 길은 터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내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양도세를 많이 물리기 전에 빨리 팔라는 말씀이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시장에 내놓는 물건은 많아질 것이고 이미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추가 주택매입 수요는 줄어들 것이니 집값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쉬운 이야기 둘


자,당신이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다고 치자.한 집이야 당신네 식구들이 들어가 사는 건데 다른 한 집은 어떻게 할 건가? 닭이라도 키울까? 뭐,소도 좋고 개도 좋다.


그러나 비싸게 주고 산 주택이니 쓸모 있게 활용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집을 집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세를 준다.


전세를 줄 수도 있고 월세도 좋다.


◆약간 어려운 이야기 둘


어쨌든 8·31 대책이 발표되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거래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당연한 이야기다.


주택값이 더 떨어질 거라는데 누가 섣불리 사려 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서울 강남 등의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조금씩 떨어졌다.


수억원씩 올랐던 것이 2000만원,3000만원씩 떨어졌다고 호들갑이지만 어쨌든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매매가가 떨어진 만큼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서는 매매가가 0.05%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은 0.27%나 올랐다.


강남의 7억원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6억8000만원 정도로 떨어지는 사이에 그 아파트 전셋값은 1억5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집 없는 사람들이 내야 하는 전셋값이 오르다니! 우째 이런 일이?


앞에서 이야기했듯 이번 대책으로 주택 보유세가 크게 올랐다.


보유세 부담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조금만 궁리를 해보면 답은 바로 전·월세를 올리면 되는 것이다.


전세 2000만원을 더 받아 은행에 넣어두면 1년에 못해도 60만원은 이자를 받을 것이고 요즘 뜨는 수익률 10%짜리 적립식펀드에 넣어두면 400만원까지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월세를 10만원 정도 올려받더라도 한 해 120만원.재산세 과표 조정으로 인한 부담 정도는 잘하면 앉은 자리에서 간단히 커버하는 것이다.


◆진퇴양난


집값을 잡으려니 전셋값이 오른다(?).사면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리는 상황이다.


역시 해답은 수요와 공급에 있다.


임대 공급의 일환으로 정부는 임대 아파트 건설을 늘리고 주택공사를 통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서민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수요의 조정이다.


사람이 길에서 살지 않는 한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집의 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세금 물린다고 임대수요가 줄어드는 법은 없다는 말이다.


하기야 임대 수요를 줄어들게 할 수는 있다.


아무도 평생 전세를 전전하고 싶어하지 않는 법이다.


경제력이 생기면 자기 집 하나 정도는 마련하려 할 것이다.


임대수요자가 주택수요자로 전환되는 순간이며 임대수요 하나가 줄어드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매매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물론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집값이 적절한 수준에서 안정돼야 한다.


세금 다 물고 월세 올려서 세입자들에게 원성받아가면서도 다주택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집값은 언젠가는 오를 것이고 정부의 양도세 중과정책 역시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기대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 부를 축적하기에 부동산만한 것은 없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희망을 꺾어 놓아야 하는데 그것은 충분한 공급이 전제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역시 닭과 달걀처럼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집이 가구수보다 적은 동안,다시 말해 주택보급률이 절대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동안은 어떤 수단이든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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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시가란


집값이 일정한 금액을 넘어서면 고가(高價)주택으로 간주돼 국세(國稅)인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지방세인 재산세만 주택에 부과하지만 고가주택 또는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세금을 중과해 부동산 과다보유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8·31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기준선을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우리집 가격이 6억1000만원이라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것인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은 '기준시가'이기 때문이다.


기준시가는 국세청이 보통 매년 한 번 발표한다. 집값이 오른 지역일수록 기준시가와 시세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기준시가가 시세의 6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실제 거래가격의 70% 안팎에서 기준시가가 결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