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한반도 남부를 휩쓸고 간 태풍 '매미'는 최대 풍속이 초속 60m로 우리나라를 지나간 최강의 태풍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사망 119명에 실종 13명을 합해 총 132명의 인명 피해를 냈으며 4조7810억원의 재산 피해를 안겨줬다.

이처럼 현대 과학기술 시대에도 초강력 태풍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태풍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태풍의 역사

우리나라에는 1년에 보통 2∼3개의 태풍이 찾아온다.

그 중에서도 1936년 8월 남한 전역을 강타한 태풍(당시에는 태풍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은 최악의 태풍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제주에선 초속 35.8m의 강풍이 불었고 강릉에는 358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 태풍으로 사망·실종 1231명,부상 1646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재산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방어 시설이 부족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1959년 태풍 '사라'에 의한 피해도 기록에 남을 만하다.

그해 9월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로 빠져나간 이 태풍으로 849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1987년 7월에 우리나라를 통과한 '셀마'는 약 5000억원의 피해를 입혔으며 2002년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 밖에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등에도 태풍 피해가 상세히 기록돼 있을 정도로 태풍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관심사였다.

◆지구 온난화가 태풍 키운다

케리 임마누엘 미국 MIT 교수 팀이 지난 50년간 태풍과 허리케인을 분석한 결과 1970년대 중반 이후 이들의 최대 풍속이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 온도의 상승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허리케인은 수온이 섭씨 27도 이상인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데,해수 표면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그 위력이 크게 증폭되기 때문이다.

한반도 해역을 포함한 북태평양 지역의 수온 상승도 강력한 태풍의 출현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원래 태풍은 차가운 북쪽으로 갈수록 세력이 약해져야 하는데,수온이 자꾸 올라간 결과 태풍이 중위도에서도 고스란히 그 강도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한반도를 강타한 루사나 매미 같은 초대형 태풍의 등장에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온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게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대로 가다간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슈퍼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쳐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

강력한 태풍이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한다.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가뭄이 극심했었다.

그때 더위를 쫓고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한 것이 바로 8월에 우리나라를 찾은 태풍 '더그'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효자 태풍이라 부르기도 했다.

태풍은 또 저위도 지방에서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해 지구상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플랑크톤을 분해시켜 바다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기능도 한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