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자연재해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다.

매년 강력한 허리케인을 경험해온 미국이지만 이번에는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했고 경제적 피해와 함께 사회 갈등마저 촉발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수치스런 미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를 질타했다.

초강대국 미국에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이번 재해가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보자.

◆피해 왜 커졌나

카트리나가 엄청난 피해를 준 이유 중 하나는 태풍의 위력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은 허리케인 위력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데 카트리나는 가장 강력한 5등급에 속했다.

5등급은 시속 250km 이상의 강풍을 동반해 지상의 나무를 모두 쓰러뜨리고 일반 주택과 작은 빌딩까지 뒤엎는다.

물론 내륙에 상륙한 뒤 4등급,3등급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위력을 가졌다.

피해를 가중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제방의 부실이었다.

최악의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많았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면서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미시시피강과 폰차트레인 호수의 수위가 높아졌고 제방 여러 곳이 붕괴됐다.

사발에 물이 유입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흘러 넘칠 때까지 계속 차오르는 것처럼 지대가 낮은 뉴올리언스시의 대부분이 거대한 사발이 돼버린 것이다(사발효과,bowl effect).

◆경제 타격도 커

카트리나가 피해를 입힌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는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밖에 차지하지 않는 지역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예상치) 정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성장률이 당초 전망인 4%에서 3.5%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파급효과가 큰 이유는 멕시코만 일대가 미국 석유산업의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의 원유 생산량 중 25%를 이 지역이 담당하고 있고,정유 설비도 미국 전체의 3분의 1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허리케인은 이 시설에 직격탄을 날려 멕시코만 석유생산의 95%가 중단됐고 송유관도 유실됐다.

따라서 석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유가가 올랐다.

실제 카트리나 피해로 유가는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넘기도 했다.

석유값이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물가가 오른다.

예컨대 기름값이 오르면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한다.

석유를 원료로 한 제품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기 어렵게 되고 생산과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

미국 정부는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안정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 들어 계속 금리를 높여왔는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고조되는 사회 갈등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가 상륙해 피해를 낸 지 이틀이나 지나서야 워싱턴에 복귀했다.

또 이라크 전비를 대느라 제방 보수 비용이 삭감됐기 때문에 인재(人災)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주 방위군 상당수가 이라크에 파견돼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의회는 늑장 대응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겠다며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또 뉴올리언스 시민 중 3분의 1은 극빈층 흑인인데,"만약 백인들이 이런 피해를 입었으면 이렇게 대처가 늦었겠느냐"는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인종 갈등의 조짐도 나타났다.

고향을 떠난 흑인들 중 상당수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제대로 받기도 어렵다.

수만명이 다른 곳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돼 흑인의 대이동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