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우리에게 슬픔만 주나...

'천지불인(天地不仁:하늘과 땅은 인자하지 않다).'


2500년 전 노자(老子)의 이 같은 통찰력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태풍 지진 해일 전염병 등 대형 자연재해나 재난은 착한 사람을 살려주고 나쁜 사람을 벌해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도덕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차별적으로 수천,수만 심지어 백만,천만명 단위의 목숨을 앗아간다.


최첨단의 통제 장치와 막강한 경제력으로 무장한 현대 사회에서도 대형 재해나 재난은 인간의 나약함을 실감케 하는 여전히 위력적인 존재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문명세계의 한복판에 있던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수천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갔다.


또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짐을 안겨줬다.


인간이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발생한 허다한 재해와 재난은 안타까운 죽음은 물론 때로는 극한 상황에서 인명을 구출하는 극적인 장면과 감동적인 이야기도 함께 남긴다.


재앙은 때로 기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폭발시키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자연은 이런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인간은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가며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재해와 재난이 인간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중세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과 최근 미국을 강타한 카트리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해본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