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가 유럽에서 3500만명이나 앗아감에 따라 일할 사람이 크게 줄었다.

사람이 줄어들면 노동생산성은 대체로 늘어나고 토지생산성은 줄어든다.

한 장원(莊園·봉건영주가 소유한 토지)에서 두 사람이 일을 해 1t의 곡식을 생산했다고 가정해보자.흑사병으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다면 이 장원에서 생산량은 어떻게 될까.

비료를 제때 주지 못하고 곡식을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량은 종전 1t보다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사람은 과거와 같은 규모의 토지를 혼자서 경작하기 때문에 최소한 0.5t보다는 더 생산할 것이다.

한 사람이 농사를 지을 경우 0.7t을 생산한다면 노동생산성은 흑사병이 돌기 전 0.5t에서 흑사병 이후 0.7t으로 늘어난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늘어나게 된다.

반면 토지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력이 줄어든 만큼 이전과 비교해 같은 토지에서 생산되는 곡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전에 경작됐던 척박한 토지 중 일부는 페스트 발병 이후 버려졌다.

따라서 토지 임대료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흑사병 이후 농민들의 평균 임금은 두 배로 올랐으나 지대는 50% 이상 하락했다.

흑사병은 '살아남은 농민 계층에게 경제적 풍요를 안겨준 반면 봉건 지주 계급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