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선발전형은 서울대학교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입안이다.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은 지역균형선발의 취지를 "각 지역의 잠재력 있는 인재를 골고루 선발해 학문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의 강화를 도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지방 고등학교의 내신우수자를 선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한민국의 어느 대학 입시요강보다 내신의 중요성이 크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균형선발의 또다른 특징은 고등학교당 학생 3명만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균형선발의 폐해가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선 고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학생들의 진로와 꿈은 무시한 채 입학 실적만을 목적으로 하는 입시를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기가 진학하고 싶은 학과에 원서조차 내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회 회장의 자녀가 더 낮은 내신점수를 받았는 데도 지원자로 선정되기도 하고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매우 높은 내신점수를 받았으나 (자신이 희망하지 않는) 서울대 다른 학과로 지원하라는 학교의 권유를 받고 있는 한 학생은 지역균형선발 전형의 티켓을 다른 학생에게 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지원학과를 바꾸라고 계속 독촉했으나 억지로 (지원서를) 쓰고 싶지 않다"며 "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2등에게 써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는데,지역균형선발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고등학교 3학년 김한성 학생은 "객관적인 기준도 없고 검증되지도 않은 학교 자체규정을 만들어 학교장추천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악법도 법이라며 받아들이라는 선생님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광주고등학교 3학년 박지명 학생은 "같은 지원자로서 안타깝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밝혀내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씁쓸함을 대신했다.

학생들의 개성과 진로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서울대 입학실적만을 중시하는 고등학교에 묻고 싶다.

한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학생들을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인가? 그것이 학생들의 꿈과 열정보다 더 큰 것이었나?

이옥진 생글기자(경기 구리 인창고 3년) gustore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