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스스로를 느끼고 타인을 의식한다.

내가 누구이며 어떠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아름답거나 혹은 슬픈 기억'도 고스란히 머리 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존재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게 바로 의식과 기억의 문제다.

의식이 우리 존재와 뗄 수 없는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의식과 기억이 무엇이고,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그리고 모든 생물은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일까.

최근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발표한 125가지 과학 수수께끼에서도 의식과 기억은 아직껏 풀리지 않은 대표적인 비밀로 소개됐다.

오랫동안 철학적으로 다뤄져 왔던 의식의 세계….현대 과학은 과연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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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

항상 생각을 하고 '나'라는 존재를 느낀다.

의식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의식의 본질에 대한 이 같은 물음은 원래 철학자들만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과학자들이 미지의 영역인 '의식의 세계'에 도전하고 있다.

철학이 아닌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의식의 본질을 풀어보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몰랐던 많은 지식과 새로운 이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식의 본질에 대해 규명된 것은 아직 없다.

◆철학과 과학적 탐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여기에는 의식과 존재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의식에 대한 물음은 인류 철학사를 관통하는 존재론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다.

데카르트는 몸과 정신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몸이 시·공간에 존재하는 반면 정신은 공간적 차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같은 철학적 해석을 일반적으로 부인한다.

'몸과 정신은 같은 것이지만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의식은 곧 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의식이 뇌에서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의 작동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 의식이 생겨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밝혀지는 의식의 단편들

의식에 손상을 받은 신경계 환자들에 대한 진단결과를 보면 의식에 대한 여러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뇌간(뇌에서 대뇌와 소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어느 부분에 손상을 받으면 인간은 의식을 완전히 잃어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이 부분이 의식을 껐다가 켜는 일종의 스위치 기능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부분만이 의식을 조절하는 유일한 열쇠는 아니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의식은 다양한 뇌의 영역으로부터 조절을 받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뇌 피질의 시각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사람의 시각 인식 기능에 결함이 생긴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이 '의식하고 있는 지식'과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의 지식'을 따로 구분할 수도 있게 됐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뇌의 작용을 연구하면 스스로 의식을 느끼는 데 필요한 뇌 신경계 활동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나를 느끼는가

현재 수행되는 대부분의 실험은 뇌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의식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을 밝히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사람 마음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내가 나라는 느낌'이 왜 드는지를 밝히려는 연구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래서 의식의 생물학적 기초뿐 아니라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를 궁극적으로 이해하고 싶어한다.

무엇이 의식의 생성을 이끌며 우리 주위의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의식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몇몇 과학자들은 의식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며,의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 컴퓨터 칩을 붙여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의식도 기계처럼 조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지능으로 발달된 로봇은 과연 의식을 가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의식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