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율 1.16명으로 사상최저 라는데 ‥

한국경제신문 25일자 A1면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대만 폴란드 체코 등과 함께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 분류됐다.


결혼을 늦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산모(産母)의 평균 연령도 사상 처음 30세를 넘어섰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출생·사망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총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만7419명 줄어든 47만6052명으로 집계됐다.


출생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이로 인해 출산율은 전년(1.19명)보다 0.03명 낮아진 1.16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미국(2.04명·2003년 기준) 프랑스(1.89명·2003년) 영국(1.79명·2004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결혼은 해라. 훌륭한 아내를 얻으면 행복해질 것이다. 만일 나쁜 아내를 얻으면 그대는 철학자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건 좋은 일 아닌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할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그런 것 같다. 결혼이 가져다주는 '행복' 또는 '철학'도 중요하지만 국가 입장에선 '아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이 줄어들고 근로자가 사라지면 누가 국가를 지탱할 것인가.



◆심각한 출산율 저하


'둘만 낳아 잘 키우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가족계획이 범국가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2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구는 곧 폭발할 것 같았다.


1983년 드디어 우리나라 인구는 4000만명을 넘었고,이때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표어가 나왔다.


덕분에 인구증가율은 급격히 둔화됐다.


'삼천리는 초만원'의 경고가 나온 1983년에는 여성 1명이(부부가 아님) 평생 낳는 자녀수인 합계 출산율은 2.08명으로 떨어졌다.


이 비율은 60~70년대만 해도 4~5명을 오르내렸었다.


인구학에서 합계출산율 2.1명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아이가 자라는 도중 사고나 병으로 죽기도 하므로 바로 2.1명을 현재의 인구수준이 유지되는 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합계출산율이 이제 1.16명까지 떨어졌다.


여자 1명이 평생에 걸쳐 겨우 한 명 정도의 아이를 낳는다는 얘기다.


아이를 적게 낳기로 유명한 일본(1.29명) 프랑스(1.89명) 이탈리아(1.29명) 영국(1.79명)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노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넘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들어섰다.


2018년에는 그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Aged Society)',2026년에는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2040년부터는 일본에 이어 2위,2050년에는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 중 노인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젊은이는 없고 노인만 있는 그런 '늙은 나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부작용


젊은 노동력이 줄어들게 된다.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현재 5% 안팎인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에는 2%대,2030년대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란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다.


국방력 확보에도 영향을 미쳐 조만간 여자도 군대에 갈 날이 올지 모른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곳 중 하나가 학교다.


2001년 400만명을 넘던 초등학생 수는 2030년에는 250만명으로 줄고,2050년에는 20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실제 최근 3년간 전국에서 250여개 초등학교가 폐교됐다.


앞으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교되는 경우도 줄줄이 발생할 것이다.


청년층이 줄어들면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젊은 층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과 의료비같은 사회보장비도 늘어난다.


20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렸으나 2020년에는 5명이 1명,2040년에는 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머지않아 '세대간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젊은층이 세금 부담이 적고 활력이 넘치는 다른 나라로 탈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령화의 덫'에서 탈출하려면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란 신조어는 아이를 갖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육아에 들일 비용과 노력을 인생을 즐기는데 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요즘은 한술 더 떠 싱글족까지 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이나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을 보면 여성이 직업을 가졌다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OECD 국가들을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다.


국가가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성들이 출산으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손해를 보지 않도록 우리도 각종 제도적 장치를 빨리 갖춰 나가야 한다.


육동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dongin@hankyung.com



< 인구관련 용어 풀이 >


△합계출산율(合計出産率)=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몇 명의 자녀를 낳는가를 나타낸 비율을 말한다.


영어로는 TFR(Total Fertility Rate)라고 한다.


△조출생률(粗出生率)=1년간 발생한 총 출생건수를 당해연도의 연앙기준(한 해의 중간인 7월1일)으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CBR(Crude Birth Rate)


△조사망률(粗死亡率)=1년간 발생한 총 사망자수를 당해연도의 연앙기준(한 해의 중간인 7월1일)으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CDR(Crude Death Rate)


△자연증가율=조출생률에서 조사망률을 뺀 값.Natural Incr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