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왜 안 살아나지?] 외국여행에 … 유학에 … 해외에선 급증

국내에서의 민간 소비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해외 소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조기유학·해외연수 붐이 일면서 해외로 지출되는 교육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 소비 증가가 국내 민간소비 위축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외로 지출되는 돈을 국내에서 쓰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관광레저산업 육성과 의료산업 선진화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해외소비를 억제 대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급증하는 해외 소비


지난 2000∼2004년 중 국내 민간소비는 평균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 기간 해외소비는 평균 18.2%나 늘어났다.무려 7배에 가깝다.


해외소비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늘면서 가계소비에서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2.0%에서 2004년에는 2.9%로 높아졌다.


미국 일본 등 대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의 해외소비 비중이 1%대인 점에 비춰볼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해외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교육 관광 의료 등에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 열세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몇 가지 통계만 살펴보면 바로 드러난다. 2000년 39억7000만달러이던 해외유학·연수경비는 해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04년에는 70억7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의 전체 교육비 지출에서 해외유학·연수경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6.4%에서 2004년 10.9%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 해외여행 경비(61억7000만달러→95억달러)도 50%가량 늘었다. 해외 의료비 지출도 크게 증가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 나가 지출한 의료비는 약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소비,억제 대상인가


해외소비가 증가하면 우리나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해외에서 돈을 쓰는 것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게 우리 경제에는 이득이다. 해외에서 소비를 하게 되면 그만큼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끝이다. 반면 국내에서 돈을 쓰게 되면 그 돈을 우리 기업이나 개인(자영업자)이 벌게 되고,이는 다시 국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얻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소비와 해외소비가 소비자들에게 가져다 주는 만족감이 똑같지 않다는 데 있다.


예컨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것과 한국의 서울을 여행하는 것이 똑같을 수는 없다. 미국 하버드대와 한국 서울대의 교육 수준은 동일하지 않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하버드대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애국심 운운하면서 한국에서 소비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경제에는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런 선택을 강요받은 소비자 만족도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해외소비를 마냥 억제하는 것만이 능사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관광·의료부문에서 해외로 지출되는 만큼의 돈을 다른 산업에서 벌어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98년 이후 상품수지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교육·관광·의료부문의 해외소비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수지 적자를 메워왔다.


문제는 국내 의료수준을 높이고 해외 유수 대학을 한국 내에 유치해 해외에서 쓰는 돈을 국내에서 사용하게 하는 것이 그래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결국 무조건 해외 지출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소비로 유도하는 것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는 모범 답안일 것이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