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왜 안 살아나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텔레비전에서 '과소비를 추방하자'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그 광고에서는 과소비가 나라를 망치는 '망국병'인 것처럼 묘사됐다. 또 학교나 각종 관공서에서는 '절약해서 저축하자'는 내용의 표어들이 붙어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같은 공익광고나 포스터들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이럴 때일수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003년 이후 지속된 소비침체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소비는 경제성장률과 엇비슷한 수준에서 증가해 왔다.


그런데 지난 2003년부터는 가계소비가 유례없는 장기 침체를 지속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수출이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4.6%에 그친 것은 가계 소비가 전년보다 오히려 0.5%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절약과 저축의 미덕을 칭송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오히려 '적절한 소비가 나라 경제를 살린다'는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소비가 이토록 부진할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데 있다.


돈이 생겨도 빚을 갚느라 소비할 여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최근 소비가 부진한 것이 단순히 가계부채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