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인간의 유전자를 밝히는 게놈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DNA를 구성하는 30억개가량의 염기쌍에 포함돼 있는 유전자 수에 대해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중에 확인된 수치에 근접하게나마 예측한 생물학자는 거의 없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자 수는 '애기장대'라는 작은 식물의 유전자 수와 거의 같고,1mm 길이에 불과한 '선충'보다는 조금 더 많은 2만5000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학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어떻게 적은 수의 유전자로 복잡한 생체 기능을 작동시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이처럼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게 많다.
광대한 우주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비밀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비밀은 그 속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번 호에서는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125가지 수수께끼 가운데 '생명의 신비'를 주제로 다뤘다.
잔느 카망이 1997년 프랑스 남쪽지방에 있는 한 요양소에서 사망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122세였다.
잔느 카망은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사람은 도대체 얼마까지 살 수 있을까.
그 한계는 있는 것일까.
아직도 우리가 풀지 못한 생명의 비밀이다.
그러나 그 비밀은 조금씩 조금씩 벗겨져가고 있다.
많은 생물학자들은 사람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 '잔느 카망'의 사례는 점점 덜 희귀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노화의 비밀을 찾아라
일부 과학자들은 효모나 생쥐같은 여러 생물의 수명을 연장시킨 사례와 인간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인간의 보통 수명은 100세나 110세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하등 생물과 달리 인간의 경우에는 수명 연장이 좀더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20∼30년 전만 해도 노화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자들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섰고,그 결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발견했다.
예컨대 인슐린처럼 행동하는 '세포내 수용체'의 활동성을 줄이자 선충의 수명은 무려 두 배 이상 늘어 6주가 됐다.
먹이 양을 줄이는 대신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식이요법을 할 때에는 생쥐가 보통의 경우보다 50% 더 살았다.
이러한 효과는 다른 생물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령 선충은 동면과 비슷한 '다우어'상태에 들어가는 능력을 갖고 있고,벌레나 과일파리처럼 단명하는 종은 최대한 늦게 노화에 들어가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수명 조작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칼로리 제한이나 성장인자 수치 감소,산화로 인한 신체조직의 손상 방지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는 시도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험 대상자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 사망할 때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시도들 가운데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과연 인간의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세다의 국립노화연구소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단기(短期)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시험의 지원자들은 1년 동안 엄격한 식이요법을 지키게 되고 연구자들은 그들의 신진 대사 상태와 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고 있다.
부모로부터 장수 체질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100세 이상인 사람의 유전자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선천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그 한계가 85세인지 100세인지 아니면 150세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생명 연장과 사회문제
노화를 늦추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여러가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보험 적용이나 은퇴 시기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게 하나의 사례다.
공정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만일 노화방지 요법이 가능해진다면 비용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받아 수명 연장을 달성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DNA를 구성하는 30억개가량의 염기쌍에 포함돼 있는 유전자 수에 대해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중에 확인된 수치에 근접하게나마 예측한 생물학자는 거의 없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자 수는 '애기장대'라는 작은 식물의 유전자 수와 거의 같고,1mm 길이에 불과한 '선충'보다는 조금 더 많은 2만5000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학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어떻게 적은 수의 유전자로 복잡한 생체 기능을 작동시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이처럼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게 많다.
광대한 우주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비밀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비밀은 그 속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번 호에서는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125가지 수수께끼 가운데 '생명의 신비'를 주제로 다뤘다.
잔느 카망이 1997년 프랑스 남쪽지방에 있는 한 요양소에서 사망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122세였다.
잔느 카망은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사람은 도대체 얼마까지 살 수 있을까.
그 한계는 있는 것일까.
아직도 우리가 풀지 못한 생명의 비밀이다.
그러나 그 비밀은 조금씩 조금씩 벗겨져가고 있다.
많은 생물학자들은 사람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 '잔느 카망'의 사례는 점점 덜 희귀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노화의 비밀을 찾아라
일부 과학자들은 효모나 생쥐같은 여러 생물의 수명을 연장시킨 사례와 인간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인간의 보통 수명은 100세나 110세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하등 생물과 달리 인간의 경우에는 수명 연장이 좀더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20∼30년 전만 해도 노화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자들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섰고,그 결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발견했다.
예컨대 인슐린처럼 행동하는 '세포내 수용체'의 활동성을 줄이자 선충의 수명은 무려 두 배 이상 늘어 6주가 됐다.
먹이 양을 줄이는 대신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식이요법을 할 때에는 생쥐가 보통의 경우보다 50% 더 살았다.
이러한 효과는 다른 생물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령 선충은 동면과 비슷한 '다우어'상태에 들어가는 능력을 갖고 있고,벌레나 과일파리처럼 단명하는 종은 최대한 늦게 노화에 들어가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수명 조작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칼로리 제한이나 성장인자 수치 감소,산화로 인한 신체조직의 손상 방지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는 시도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험 대상자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 사망할 때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시도들 가운데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과연 인간의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세다의 국립노화연구소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단기(短期)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시험의 지원자들은 1년 동안 엄격한 식이요법을 지키게 되고 연구자들은 그들의 신진 대사 상태와 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살펴보고 있다.
부모로부터 장수 체질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100세 이상인 사람의 유전자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선천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그 한계가 85세인지 100세인지 아니면 150세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생명 연장과 사회문제
노화를 늦추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여러가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보험 적용이나 은퇴 시기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게 하나의 사례다.
공정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만일 노화방지 요법이 가능해진다면 비용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받아 수명 연장을 달성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