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고유가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아 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의 2분기 이익증가율이 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져 고유가가 소비 심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럴당 70달러 선(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의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는 무엇보다 물가 안정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7월 중 소비자 물가가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0.4%)를 웃도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휘발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한 달 만에 3.8%나 급등하면서 7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영국도 7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2.3%(연율 환산)에 달해 지난 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프랑스는 도미니크 빌팽 총리가 "고유가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고유가는 또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낮아졌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은행은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중국경제 성장률이 올해 9%대에서 내년에는 8%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유가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세계경제 회복세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름값이 오르면 사람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겠군.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할 텐데 국채 부담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진퇴양난의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뉴욕=하영춘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