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논술특강] 11. 맛있는 단어 고르기

어머니께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러 시장에 가신다.


어머니는 장을 보시면서 좋은 재료들을 손수 고르며 저녁 준비에 많은 공을 들인다.


무슨 음식을 준비할 것인지 미리 생각했다가 알맞은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고,때로는 그 날의 좋은 재료들을 중심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어머니가 만드는 요리를 우리는 하나의 완성품으로 먹게 되지만 어머니는 하나의 완성된 요리를 위해 재료 선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다.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묵묵히 들어보면,선택하는 단어들이 극히 기초적이며 그 숫자도 몇 개에 불과할 정도이다.


재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요리를 만들라고 한다면 어떤 훌륭한 요리사가 저녁 만찬을 준비할 것인가?


우리는 일생 동안 학창 시절을 제외하고는 글쓰기를 할 경우가 많지 않다.


또한 토론이나 토의 등 대중 앞에서 발표하거나 소규모 집단에서 회의할 기회도 그다지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나 말하기의 상황에 놓이면 적잖이 괴로움을 드러낸다.


그것은 아직 글을 쓸 재료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초보 주부가 음식을 장만하러 시장에 간다면 그는 구입할 재료의 목록에만 신경을 집중할 것이다.


재료의 좋고 나쁨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신선하고 양질의 것들을 골라 낼 안목도 아직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초보 주부들이 우리의 어머니가 되고 저녁 진수성찬을 마련하는 우리의 주부 고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글을 쓰는 데 얼마나 신선한 재료에 관심을 가졌을까?


나는 논술 수업 첫날에 1년 중 국어 사전 찾아보는 횟수와 영어 사전 찾아보는 횟수를 묻는다.


1년 동안 영어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100회 미만인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 사전을 항상 옆에 두고 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알고 있는 단어니까 그냥 표현의 어색함만을 피할 수 있다면 단어 선택에 거리낌이 없다.


궁금한 단어가 나오거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국어 사전을 찾아보거나 보다 적극적인 단어 학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정확하지 않아도 그냥 감각으로만 익히고 있다면 그 감각에 의존해서 언어 생활을 하는 것이다.


각 나라에는 표준어가 있다.


표준어는 그 나라 사람들이 의사 소통을 가장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표준어를 스스로 어기고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한자 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한자어의 비중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자어를 제외한 외래어,외국어 그리고 외국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외계어 등은 우리나라 말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불필요한 일본어가 잔존하는 시대를 거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젊은 층이 만들어낸 외계어는 이제 우리말을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는 듯하다.


표준어를 사랑하는 것이 어휘 선택의 가장 기본일 것이다.


논술을 하기 이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에서조차 어휘 사용에 문제가 있다면 의사 표현에 있어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인 논술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순우리말의 사용,사자성어의 활용,유의어에서 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 찾기 등 우리가 어휘 선택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들은 많다.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논술 재료 준비하기에서 나쁜 재료를 선택한다면 그 맛은 많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김치찌개,된장찌개를 끓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끓이느냐,또는 누가 끓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나중에 '문장 구성 능력'이나 '글쓴이의 고유 능력' 등을 주제로 한 글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하자.


우리가 글을 쓰고자 하는데,논술을 하고자 하는데,그 재료에 대한 관심은 없고 글의 완성에만 관심을 갖더라도 하나의 완성된 글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글에 누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인가?


저녁 밥상에 올라온 음식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음식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완성만 되었을 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글이라면 그것은 이미 그 가치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글에 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웠다는 윤동주 시인은 '또 다른 고향'이라는 시에 들어 있는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이라는 시구의 '풍화 작용'이란 말을 놓고,그것이 시어답지 못하다며 매우 불만스러워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그대로 두었지만,끝내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하게 몇 개의 단어를 문법이나 어법에 맞게 연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에 사용되는 단어들의 참뜻을 알고 그 깊은 의미를 적용하여 사용한다면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분명 깊은 감흥을 느끼게 할 것이다.


신선한 재료를 얻기 위해 시장에 나가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손길을 가진 새댁이 행복한 가족 저녁 밥상을 만드는 주부 고수가 되듯이 우리도 신문이나 잡지 등 일상 생활에서 신선한 재료로 활용되는 단어들을 습득하여 논술의 고수가 되어야겠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



[ 약력 ]


△(전)서울 화곡고 국어교사


△(전)서울시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영역 출제팀장


△(전)EBS 언어영역&논술 강사


△(현)대치 메가스터디 원장


<저서> '2008 대학입시 이렇게 준비하라' '언어영역 학습법' 7차교육과정 교과서 '국어생활' '작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