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테마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투기에 대해 한국경제신문 1년차 기자인 이상은 기자가 쓴 글입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과 사람들의 투기심리,그리고 가격격차 확대로 인한 심리적인 좌절감,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대책 등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쓴 글로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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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색 바랜 광고 전단이 눈길을 끈다.

촌티가 물씬 나는 이 광고 전단은 1980년 모 건설사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평당 68만원에 분양한다는 내용.26년이 지난 지금 이 아파트는 평당 2700만원대다.

26년 만에 거의 40배,연 평균 15.2%에 달하는 경이적인 상승률이다.

이 기간 중 임금과 금리 소득 역시 크게 올랐지만 역시 부동산 만한 것이 없었다는 실증이다.

물론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실례를 놓고 부동산 불패를 섣불리 일반화할 수는 없다.

또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지역도 많다.


(2) 그러나 사실이든 아니든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엄존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2,3년 동안에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라 빈부격차를 더 벌어지게 했다.

자산보유 계층과 근로소득 계층 간에 위화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은 '만악(萬惡)의 근원'인 동시에 '전 국민 최고의 가장 확실한 재테크'로 인식되는 극단적 양면성을 보이게 됐다.

이 부동산 복마전의 중심에 있는 것이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다.

앞서 예로 든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2년 전 5억~6억원이었던 가격이 급등세를 타면서 현재 8억~9억원이 되었다.

2년 새 3억원이나 올랐다.

강남에 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3) 부동산 역시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원칙을 따른다.

강남은 언제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집을 넓혀가려는 수요는 커진 반면 이를 소화할 중·대형 평형(30~40평형대 이상)의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20~30년 전에는 대부분이 중·소형 평형들이었던 탓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른다면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강남에 새로 집을 짓기에는 택지가 부족하고 기존 아파트를 중·대형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재건축이 대안이지만 집을 다시 짓는 기간 동안은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이익 환수나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 각종 규제를 내놨지만 이런 조치들은 결과적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을 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풀자니 당장 집값이 오르고 묶자니 더 오르는 진퇴유곡인 것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나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심리를 느끼며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되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금리가 낮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주택을 매입하기 좋은 여건도 이 악순환을 받쳐준다.

금리를 올리면 투기를 막겠지만 경기는 더욱 나빠지는 점 역시 진퇴유곡이다.


(4) 문제는 보통의 수요-공급 법칙이 부동산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의 재화라면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이 늘면서 수급이 균형점을 찾는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충분히 기다렸다가 가격이 다시 오를 때 팔아도 늦지 않다는 생각들이 깔려 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수급 법칙도 부동산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강남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더 늘어난다.


(5) 이것이 소위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부동산 양도소득세까지 엄청나게(양도차액의 최대 85%까지) 높였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있다.

주택 보유세를 인상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집을 팔도록 유도하고 양도세를 높여 투기적 수요를 줄이는 한편 투기꾼을 조사하고 은행 대출을 규제하는 등의 온갖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며칠 뒤면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은 더욱 강도 높은 방침을 담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방안이 과연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어떤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없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다.

소위 부동 자금이 많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대책의 실효성은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

어떻든 시장 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자.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