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부동자금이 뭐지?] 최근 증시상승은 '유동성의 힘'

증권시장이 역대 최고 수준을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1130까지 올라선 종합주가지수는 1994년 11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점(종가기준 1138.75)돌파를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으로 한풀 꺾였지만 부동산 시장도 올해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올 들어 크게 오른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주식의 경우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의 감소,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증가,기업의 실적개선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자금을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 장세'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유동성 장세는 '돈의 힘으로 끌고가는 시장'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을 일컬어 '유동성 장세'라고 말한다. 유동성(liquidity)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은행에 맡겨 둔 예금이나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이 대표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다.


반면 땅이나 단독주택 같은 부동산은 당장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유동성이 낮다.


언론에서 흔히 표현하는 유동성은 '즉시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시중 자금'을 지칭한다.


유동성 장세는 이러한 시중자금이 증시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타는 국면을 가리키는 증권업계 용어다.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유동성(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증시를 떠받치는 것이다.


돈이 몰린다는 점에서 '금융장세'로 불리기도 한다.


증권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시의 수급 상황이 좋다"는 말은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등 증시 주변여건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증시로 몰리는 '돈의 힘'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는 금리가 낮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부동자금이 시중에 많이 떠다닐 때 주로 나타난다.


은행에 돈을 맡겨봐야 이자가 '쥐꼬리'만한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비교적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또는 부동산 등 투자자산에 관심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 유통되는 주식수가 많고 주가가 비싸지 않은 종목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건설주를 비롯해 은행주 증권주 등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들이 유동성 장세에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력한 유동성 장세는 주가를 단기간 내에 밀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을 때에도 시중의 부동자금이 풍부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1989년 종합주가지수가 처음으로 1000선을 깼을 때 총유동성(M3)에서 단기부동자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2.3%에 달했다.


전국의 유동성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투자처를 헤매는 부동자금이었다는 얘기다.


지수가 1066까지 올랐던 99년에도 단기부동자금은 205조원으로 총유동성의 23.9%에 이르렀다.


지난 6월 말 421조원을 넘어선 단기부동자금은 총유동성의 31.7%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관이 유동성 장세 주도


최근의 유동성 장세는 투신사 증권사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힘이 커진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인으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간접투자상품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탄'이 든든해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여력이 커지면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증시로 몰려드는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최근의 펀드 수탁액 추세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모집금액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지난 1월 말 8조7993억원에서 이달 11일 14조414억원까지 늘었다.


매월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셈이다.


펀드에 가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간접투자(펀드)계좌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간접투자 계좌수는 687만개로 직접투자 계좌수 674만개를 이미 넘었다.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들보다 펀드에 가입해 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간접투자 열풍에 힘입어 유동성 장세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투자펀드가 늘어나는 것도 유동성 장세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