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콜금리 년 3.25%로 동결했다는데

▶ 한국경제신문 12일자 1면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한은 자체점검 결과 7월 이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더욱 개선되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진입하면 지체없이 통화정책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연 3.25%)에서 9개월째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 금리인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총재는 다만 "경기 회복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금통위는 이 같은 경기회복 추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시대에 대비한 영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과 관련,"시장금리로만 보면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책금리(콜금리)가 반드시 시장금리를 선도할 필요는 없고,오히려 역행할 수도 있다"고 말해 시장금리 상승은 정책금리 인상과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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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8월11일 회의에서도 콜금리를 동결시켰다.


부동산투기와 한·미 간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경기를 더욱 심각한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투기나 자본유출을 어느 정도 억제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서민가계나 중소기업들은 이자가 오르는 만큼 바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되느냐,아니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것이 정답'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가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금리를 인상하는 데 무게를 좀 더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상황을 중요시하는 정부로서는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금리조정의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국민경제 전체로 보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곤혹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어떤 방식으로 시중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일까.


'금리는 시장에 맡긴다'는 이른바 금리자유화 조치가 이뤄진지도 오래지만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적용하는 금리는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한국은행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면 은행들이 따라오게 돼 있다.


왜 그럴까.


한국은행이 이번에 동결한 것은 콜금리다.


콜금리란 금융회사들 간에 이뤄지는 콜시장 거래에서 형성되는 금리를 말한다.


그런데 돈이 많은 금융회사들은 왜 콜 거래를 할까.


나날의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는 어떤 금융회사에는 돈이 남고,어떤 금융회사에는 돈이 부족한 현상(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이 생기는데,이런 과부족을 메워주는 것이 콜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자금여유가 있는 금융회사들은 그대로 돈을 가지고 있으면 이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반면 결제자금이 모자란 금융회사는 돈을 어디서든지 빌려야 한다.


이들 금융회사 간에 이뤄지는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콜금리다.


콜거래는 전담중개회사인 한국자금중개주식회사를 통해 이뤄지지만 은행들 간에는 자기들끼리 직접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입 또는 대출기간은 하루짜리부터 30일까지 다양하다.


콜금리는 금융회사들 간 거래에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이나 일반인들의 자금사정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물가관리를 위한 시중자금량 조절을 위한 수단으로 콜금리를 사용한다.


어떻게 해서 콜금리를 통해 일반고객들에게 적용되는 금리수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한국은행의 최고의결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달 회의를 열어 콜금리 목표치를 결정하는데,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표치(target)'를 정한다는 것이다.


금통위가 결정하는 콜금리란 엄밀히 말해 '콜 목표금리'라는 표현이 옳다.


금통위가 콜금리 목표치를 정하면 한은은 이에 맞추기 위해 자금을 조절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다.


RP는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인데,특정한 날짜에 되사주는 것(환매)을 전제로 발행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시중자금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은이 RP금리를 높이려면 시중자금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중의 자금량이 줄어든다.


RP금리를 낮추려면 반대로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시중자금은 늘어나게 된다.


금리조절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자연스럽게 관리하는 것이다.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le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