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기업을 삼킨다

중국이 외국 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자본을 유치하던 소극적인 전략에서 선진국 유력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선진국 유통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데다 외국 기업이 가진 기술도 일거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2003∼2004년 2년 동안 55억달러를 투자해 무려 1339개 해외 법인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중국 회사에 팔려간 한국의 하이닉스 LCD사업부를 비롯 게임회사인 액토즈소프트,쌍용자동차 등도 포함돼 있다.


중국 최대 PC메이커인 롄샹은 미국 IBM PC부문 인수를 마무리짓고 일약 세계 3대 컴퓨터 제조사로 부상했다.


난징자동차는 영국의 전통있는 자동차회사 MG로버의 새 주인이 됐다.


중국 기업의 해외 원정 사냥은 갈수록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굴지의 석유회사 유노칼을 185억달러(19조원)에 사겠다고 나서 미국 정계가 '전략 물자를 절대 넘길 수 없다'며 발칵 뒤집히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MG로버 인수전에는 쌍용자동차의 주인인 상하이자동차와 난징자동차가 동시에 뛰어들어 중국 회사끼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


'쩌우추취(走出去,해외로 나가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독려하고 있다.


'기술을 빼내기가 어려우면 아예 사버리라'는 식이다.


중국 정부가 전 세계 67개 국가별로 매입할 만한 산업을 다룬 '산업지도 목록'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매입을 장려하는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해외투자 절차도 간소화했다.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사냥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주는 사실들이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