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를 삼킨다] 쌍용차ㆍ하이디스는 이미 중국회사

쌍용자동차,하이디스(하이닉스반도체 LCD부문),액토즈소프트….


우리에게 낯익은 회사들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더 이상 '한국계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2~3년 전부터 불어닥친 중국 기업들의 '한국 기업 사냥 붐'에 휩쓸려 주인이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한수 아래'로 취급돼온 중국이 이제는 되레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농산물에서부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장 곳곳을 파고들더니 이제는 아예 한국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미르의 전설'은 더 이상 한국 게임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쌍용자동차다.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온 이 회사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해 채권단으로 주인이 바뀐 뒤 올해 초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은 채권단이 갖고 있던 쌍용차 지분 48.9%를 5909억원에 사들였으며,최근까지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50.91%로 끌어올렸다.


앞서 2003년 1월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LCD 사업부문인 하이디스가 중국 둥팡전자에 팔렸다.


매각대금은 3억8000만달러.쌍용차와 마찬가지로 당시 하이닉스의 경영을 맡은 채권단이 투자재원 마련 등을 위해 컬러TV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사업부를 판 것이다.


최근에는 '미르의 전설'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가 중국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인 샨다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에 팔렸다.


샨다는 '미르의 전설'의 중국배급회사로 저작권소유업체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사건은 게임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이유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70%(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고급 연구개발 노하우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샨다는 거액을 들여 액토즈소프트의 지분 38%를 매입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켐은 법정관리 중인 인천정유(옛 경인에너지) 재입찰에 참여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인천정유를 거의 살 뻔 했으나 씨티그룹 등 일부 채권단의 반대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시노켐은 인수가격으로 6851억원을 제시했다.


이 밖에 중국기업들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앞으로 매물로 나올 상당수 기업에 대해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 첨단기술력에 눈독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 단번에 첨단기술 확보가 가능해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중국 기업들이 인수한 업종을 살펴보면 자동차 전자 정보기술(IT) 등 하나같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분야로 한정된다.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 훌륭한 시험 무대가 생긴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신제품을 중국 본토에 본격적으로 팔기 전에 인수기업을 통해 한국에서 소비자 반응 등을 테스트할 수 있다.


물론 지리적으로 가깝고,정서적으로 유사하다는 것도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에 매력을 느끼는 요소다.


중국 업체의 잇따른 한국 기업 인수에 대해 국내에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우리가 힘들여 쌓은 기술이 유출돼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시도한 인수합병(M&A)이었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도 중국기업들의 좋은 먹이감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오상헌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