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도청 사건을 과학기술 활용의 윤리적 측면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계와 경제계,언론계의 고위층 인사들의 밀실 이야기를 도청한 소위 'X파일'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 사건의 실체와 불법도청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사건과 관련된 핵심기술은 통신과 암호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삶의 편리함과 안전성을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때 나타나는 피해를 이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과 윤리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이번 경우엔 그 기술을 개발한 과학기술자보다는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도덕적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해킹 역시 마찬가지다.

해킹 기술은 원래 효과적으로 컴퓨터를 다루기 위해 개발됐지만 악의적인 목적의 '크래킹'(Cracking)으로 발전하면서 갖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

때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그것을 개발하는 과학자나 사용자들의 윤리적 의무도 커지게 된다.

아마 그레이엄 벨은 전화기를 처음 발명했을 때 도청이나 해킹 같은 일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