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바다를 사이에 둔 나라로 이동하려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까.
아마도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고 가까운 나라는 배로도 이동할 것이다.
바다가 없이 여러 국가들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에서는 자동차나 기차를 통해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다.
그 외의 교통수단은 없을까.
현재까지는 분명히 없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을 나는 배'인 위그선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조는 러시아의 옛 국가였던 소련이다.
1976년 세계 최대 내해(內海)인 카스피해에서 수면 위를 시속 550km로 달리는 괴물체가 미국 첩보위성에 탐지됐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물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정체를 밝혀낼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배는 아무리 빨라야 시속 5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게 상식이었다.
결국 서방 전문가들은 이 물체를 '바다 괴물(Sea Monster)'로 불렀다.
훗날 이 괴물의 정체는 옛 소련이 개발한 위그선으로 밝혀졌다.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
러시아는 1960년대부터 위그선을 군사용으로 개발했다.
활주로 없이 수면에 직접 이·착륙할 수 있고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특성을 가진 위그선을 확보한 러시아는 이 배를 군수물자 수송과 상륙작전 지원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초기의 위그선에는 문제가 많았다.
날개를 물 속에 두는 형태의 배(수중익선:Hydrofoil)는 속도가 느렸고,수면 위에 뜰 수 있는 배(공기부양선:Air Cushion Vehicle)는 동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러시아가 만든 위그선 중 가장 큰 것은 1965년에 건조한 시험선(Caspian Sea Monster)으로 540t에 달했다.
선미에 순항용 터보 제트엔진 2대를 장착해 속력을 높였다.
약 15년간 운용하다 폐기됐다.
미국의 첩보위성에 잡혔던 위그선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의 위그선 개발 역사는 비교적 짧다.
1990년대 초 러시아의 위그선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1993년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옛 한국기계연구원)가 과학기술부의 한·러 과학기술 교류사업을 통해 위그선 기술자료를 확보했다.
해양연구원은 1996년 국내 4대 조선소와 함께 '여객수송용 해면효과익선 개념설계 기술개발'이라는 명칭으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최고속도 시속 120km급 시험용 위그선을 만들어냈다.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위그선이 나온 것은 5년 후인 2001년이었다.
해양연구원과 벤처기업 ㈜인피니티가 공동 개발한 4인승 위그선이 2001년 시운전에 성공한 것.해양수산부는 2010년 실용화를 목표로 상용 운항시속 250km,적재량 100t급의 대형 위그선 개발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100t급 위그선은 현재까지 건조된 상용 위그선 중 세계 최대급이며 주로 화물 운송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위그선 상업성 크다
대형 위그선이 상용화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선박보다 3배 이상 빠르지만 가격은 항공기의 절반도 안 된다.
화물과 여객 운송 분야에 널리 쓰일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위그선이 상용화되면 운임 수입 및 선박 수출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연간 3500억원가량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위그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개발과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시장조사도 하고 수주도 받아 개발 완료 시점부터 바로 위그선을 판매하겠다는 것.업체 선정 작업 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기술 판매를 요청하기 시작할 만큼 반응이 좋아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동시에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해양수산부는 실제로 한진 포스코 등과 함께 1700억원을 투자,화물용 위그선 개발 사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위그선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기는 하지만 많은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STX중공업 한국화이바 등이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계약서인 투자의향서(LOI)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